파생결합증권(DLS) 투자 손실 논란에 은행 고객들이 파생상품 투자보다 예금으로 눈을 돌리면서 은행권의 저축성 예금(정기예·적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유동자금이 늘어나면서 증권가의 머니마켓펀드(MMF)로도 돈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간 저축성 예금(8조7000억원)과 MMF(13조3000억원)에 몰린 돈이 총 22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원금 손실 사태와 홍콩 시위 사태를 통한 ELS 손실 우려 등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회피하고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시중은행 예금 증가폭은 올 들어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여기엔 금리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미리 예금에 가입한 수요가 포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매일경제가 시중 4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의 10월 말 기준 저축성 예금을 합산해보니 544조6980억원이었다. 9월(535조9497억원)보다 8조7483억원(1.6%) 증가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인하로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현상이라는 평가다. 초저금리 시대 돌입으로 주요 은행들은 연 1%대 초반 이자만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시 기준으로 1년 만기 주요 은행들의 일반 예금 금리는 KB국민·우리은행이 1.10%, KEB하나은행이 1.15%, NH농협은행이 1.25%에 그친다. 이처럼 거의 이자를 못 받는 상황에도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 예금에 돈을 넣고 있다. 최근 DLF 등 고수익·고위험 상품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예금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7월 말 DLF 사태가 처음 알려진 이후 8월 은행 예금은 직전 달보다 8조6000억원(1.6%) 급증했다. 이들 예금을 포함한 시중 통화량(M2 기준)이 같은 기간 0.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은행 예금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M2는 현금과 저축성 예금, MMF 등을 모두 포함한 유동성 지표다.
9월에는 예금 증가세가 주춤했다. 가계 쪽에선 이사철 수요로 예금 해지와 인출이 늘었고, 기업 예금은 추석 성과급과 각종 결제대금 지급 등 감소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금과 MMF는 10월 들어 대폭 증가했다. 특히 국내외 금리 인하 추세가 강화되면서 연 1%대 이자라도 받기 위한 예금 가입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달부터는 10월 기준금리 인하분을 반영해 정기예금 금리는 더 떨어져 1년짜리 시중은행 대표 상품마저 0%대 금리 상품이 나올 예정이다.
대표적 단기 부동자금인 MMF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88조7042억원(에프앤가이드 공모 기준)을 기록했다. 9월 말보다 13조2915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인하하는 등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DLF 사태를 통한 고수익 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일단 예금이
사모펀드 역시 최근 석 달 동안 300개 넘게 줄어들며 고수익을 좇는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사모펀드(경영참여형 사모펀드·헤지펀드 기준)는 1만1177개로 7월 말보다 302개 줄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