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대접 받는 한국증시 ◆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기업들의 성장성 약화를 꼽았다. 증시의 저평가 여부를 가리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결국 자기자본수익률(ROE)과 정비례한다.
그러나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ROE가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6%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이익창출 능력이 점점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이익 규모만 보면 대만 등 경쟁국보다 한국이 큰 편이지만 주가는 성장성에 좌우되는 바가 크기 때문에 한국 증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장기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 저평가의 핵심 요인"이라며 "현재 생활수준이나 영업이익은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보다 높을지 몰라도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라고 한국 증시 저평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구조가 재편되지 않고 정체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당분을 구성하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은 설비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한편 이익은 경기를 타는 특성이 강하다. 투입 자본은 많은 반면 이익 규모는 매년 천차만별이라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짠물 배당도 증시 저평가에 한몫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배당하지 않고 깔고 앉아 있으면 PBR에서 분모를 이루는 자기자본이 크게 유지된다"며 "자기자본 성장률이 주가 상승폭보다 크면 자연히 PBR가 내려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부 겸임교수는 "간단히 말해 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업이 돈을 못 벌면 배당이라도 많이 해야 투자 매력이 생기고 주가가 올라간다"며 "올해 한국 상장사들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날 전망인데 배당성향은 여전히 전 세계 최저 수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려면 기업이 돈을 잘 벌고,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홍 교수는 "증시를 구성하는 종목의 건전성이 높아지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귀환이 이어지고, 결국 유동성이 풍부해져 외국인 편중 현상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