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상장기업이 10곳 가운데 3곳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비율은 30%로 파악되고 있다. 전자투표를 이용 중인 회사는 총 674개사로 지난해 517개사 대비 157개사(약 27%)가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시스템(K-eVote)'을 통해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회사는 전부 574개사로 작년에 비해 57개사가 추가로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서비스를 새로 개시한 전자투표관리 업체를 이용한 기업 수는 약 100개사로 파악된다.
전자투표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개인 등 소액주주와 시·공간 제약이 많은 외국인 주주들의 의사결정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매년 3월마다 많은 국내 상장회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데 지난해부터 '섀도보팅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총 참여율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섀도보팅제도는 주주가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경우, 예탁원이 이를 대신해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찬성과 반대 비율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제도다. 섀도보팅제는 주총 의결정족수 미달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93년부터 25년간 운영돼 왔지만 주주권리 보호 측면에서 부족함을 지적받곤 했다.
일부 상장 기업들이 섀도보팅제도를 악용해 소수 대주주들이 마음대로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하고, 주총 개최일을 짧은 기간 내에 집중시켜 소액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적인 사례는 지난 2017년 전자투표 기업들의 실적이다. 해당 연도에 예탁결제원을 통해 전자투표를 이용한 기업은 총 770곳으로 작년과 올해에 비해 크게 높았는데 당시 섀도보팅 제도를 이용하려는 회사는 전자투표 이용이 의무화돼 있었다. 섀도보팅제도가 소액주주 권리보호와는 반대 취지로 운영돼 왔는데, 이를 폐지한 뒤에도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할 유인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탁결제원을 통한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꾸준히 오름세에 있다. 올해 9월 말까지 전자위임장을 포함한 전자투표 행사율은 5.13%로 지난해 4.24% 대비 0.89%포인트 상승했다. 전자투표를 행사한 주주 수는 총 11만2306명으로 지난해 4만5560명에 비해 2.46배로 뛰어올랐다.
제도적 성과를 세밀하게 평가할 때는 전자투표 행사율과 전자위임장 행사율을 구분하지만, 실제 주총에서 주주들은 자신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는 전자투표를 전자위임장 보다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자위임장 행사율은 0.3%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현재 주주 연락처 제공을 확대하고, 주총 참석자 인센티브 제공을 허용하는 등 주총 운영의 내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매체에서 전자투표 홍보활동은 물론, 올해부터 전자투표 수수료 할인율을 종전 30%에서 50%로 높이면서 감면 적용범위도 확대했다. 전자투표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안건이 부결된 상장 회사의 경우 수수료 환급도 하기로 했다. 주총 시즌인 3월 중 약 2주 동안은 상장회사 주총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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