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평균수명이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전례 없는 평균수명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출생아의 평균수명은 1960년 52.4세에서 2014년에는 80세를 훌쩍 넘어 82.4세로 급속하게 늘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OECD 국가를 비롯하여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인 현상인데,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이유는 의ㆍ과학의 발달과 함께 개인위생과 식생활 개선 등으로 영ㆍ유아는 물론 고령자의 사망률이 낮아진 데 있다. 100세 시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건강수명이다. 더 이상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며 이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와 같은 삶의 질에 관심을 두면서 건강수명이 중요하게 되었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지표로서 세계보건기구(WHO)의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73세(남자 70세, 여자 75세)이다. 같은 해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81.8세(통계청)이니 평균수명을 다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9년 정도는 질병, 부상으로 시달리다 사망에 이른다는 의미이니, 이제 살기 좋은 국가의 목표는 평균수명의 관리보다는 건강수명의 관리가 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국민의 건강수명을 현재 73세에서 75세까지 끌어올리기로 ‘제4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2016~2020)’에 다양한 대책들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주로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앓고 있는 암,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2017년 발표에서는 한국인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17.5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평균수명은 82.4세이지만 건강수명은 64.9세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지수는 행복수명이다. 행복수명이란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와 ‘서울대학교 노년ㆍ은퇴설계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노후 준비 측정지표로 건강 상태, 경제적 여유, 사회활동, 인간관계 등 4개 요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노후 삶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고 수명 개념으로 개량화한 지표이다. 이는 자신이 건강과 경제적 안정, 그리고 원만한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느냐’에 대한 국민 삶의 질을 측정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된다.
2016년 발표한 ‘행복수명 보고서’에서는 행복을 구성하는 4가지 중요 요소를 경제, 건강, 활동, 관계를 축으로 각각의 수명을 결정하고, 이 4가지 핵심요소별 수명을 종합하여 행복수명으로 수치화했다. 전국의 20~60대 1,55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완성했는데 은퇴 후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기반으로 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 건강수명은 76.4세, 은퇴 후 원만한 인관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 관계수명은 75.7세, 은퇴 후 경제적 안정을 기반으로 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인 경제수명은 74.8세, 은퇴 후 사회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 활동수명은 가장 짧은 73.2세로 이들 4가지 수명을 총합한 행복수명은 74.9세로 보고되고 있다. 평균수명을 83세로 가정하면 행복수명은 그보다 8년 정도 짧은 것으로, 사망할 때까지 8년 정도를 병들고, 빈곤하고, 외롭게 생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대적 노인 빈곤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수명은 다른 수명들보다 짧게 조사되었는데 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이다.
아직 행복수명은 건강수명처럼 정의되고, 측정하여 비교할 수 있는 표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국제적으로는 행복지수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행복수명이라는 지표로 삶의 질을 수치화해 발표하는 단계로 이런 자료들로 삶의 질을 유추해 볼 뿐이다.
사망에 이를 때까지 질병이나 부상으로 시달리지 않는 건강수명을 이루고, 완성된 독립적 인격으로서 건강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며, 사회와 소통할 만큼의 경제력을 쌓아두는 경제수명을 평균수명과 균형을 맞추어나가는 데서 생애설계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생애의 각 단계마다,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위기를 무난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안정된 경제력을 준비하는 일, 경제수명을 늘려나가는 것이 매우
교육, 취업, 결혼, 출산, 실업, 질병과 부상, 퇴직, 은퇴, 노후생활과 같이 모든 사람의 생애주기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겪을 수 있는 상황(사건)에서 그런 상황들이 위기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관리하기 위해 경제수명을 늘려나가야 한다.
[정양범 – 매일경제 생애설계센터 본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