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원도심은 조선시대 순천부읍성이 있던 역사적 지역이다. 시는 중앙동과 향동 일대를 도시재생 선도사업 지구로 결정하고 공모사업에 응모해 받은 사업비 200억원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 1차 사업을 추진했다. 빈집을 개조해 카페와 공유 부엌, 창작마당 등을 열었고 전봇대도 지중화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순천 도시재생지역은 5년간 빈집이 187동에서 7동으로 줄었다. 유동인구는 26만명에서 43만명으로 무려 65%나 늘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창업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68개소 156명이 시장에 뛰어들어 원도심 지역 점포 수도 396개에서 663개(2017년 기준)로 67.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점당 일평균 매출도 25만원에서 40만5000원으로 62% 뛰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도시재생은 낙후된 지역을 정비하고,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이해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재생 결과물이 조금씩 나타나 지역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순천시 외에도 도시재생사업이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북 영주시 대표 구도심인 구성마을은 인구 중 약 74%가 노년층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마을 도서관과 게스트하우스, 노인 공동생활시설, 목공소 등을 만들었는데 효과가 쏠쏠하다. 특히 할머니들이 수제 메밀묵과 두부를 만드는 '할매묵공장'은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북도는 "영주 구성마을은 지방 고령화 문제를 도시재생을 통해 해결하는 사례를 보여줬다"며 "경북 전체에 이 같은 사업 유형을 확산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은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국토부가 지정하는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 기업'이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28개에 불과했던 이들 기업은 올 상반기 기준 95개로 3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2020년까지 250곳을 지정해 일자리 1250개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들 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부산 동구 초량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유를 위한 창조'는 고령화로 쇠퇴한 지역에서 민박촌 '이바구캠프'를 운영해 단순히 민박촌을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창업교육·마을기업 육성도 지원한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 경기, 전주 등에서 55가구 청년 160여 명에게 '달팽이집'을 시세 대비 50~80% 이하로 공급하는 것으로, 도시 내 빈집을 매입한 후 개량해 공유주택 등을 조성하는 사업모델이다.
국토부가 2013년부터 운영 중인 도시재생대학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례다. 정부가 주민과 청년 등을 대상으로 교육기관을 운영해 작년 6196명, 올해 8000여 명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이를 통해 현재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 채용된 도시재생 전문가, 마을활동가, 마을해설사 등이 600여 명에 이른다. 국토부는 앞으로 건축·도시공학·디자인 등을 전공한 인재들을 적극 도시재생 분야에 끌어들여 전문가를 연간 500여 명 배출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이 이 같은 경제 효과를 내는 데 주목한 정부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해당 기업으로 지정되면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인건비 지원사업과 연 5000만원 한도인 사업개발비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우수 기업은 주택도시기금 저리 융자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HUG가 주관하는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창업비용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수준을 넘어 국가가 인증하는 도시재생회사(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도시재생회사는 주도적으로 재생사업 실행·운영·관리까지 담당하는 기업으로서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국가가 인증해 공적 권한을 부여하는 파트너십형 재생전문회사로 통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셰필드 원, 리버풀 비전 등도 유명한 도시재생회사다.
'도시재생 모태펀드'는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내 청년창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한다. 도시재생지역에 있는 벤처기업 등이 자금을 투자받아 성장해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발생 수익은 다시 투자하는 구조다. 도시재생 모태펀드는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해 주택도시기금과 민간 투자금을 합해 3년간 총 625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또 저렴한 창업공간인 어울림센터도 조성한다. 창업공간과 주거 기능을 복합한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이 단순 토목·건축 위주인 도시정비사업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2.5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도시재생은 건설 단계는 물론 운영·관리 단계에서도 계속 양질의 일자리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