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합의한 적도 없는 내용을 언급한 것일까. 중국 상무부가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진다면 중국과 미국은 같은 비율의 관세를 동시에 철폐해야 한다"며 "이것은 합의 달성에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한 부분에 주목한다.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앞두고 원하는 합의안을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중 무역협상, 무역합의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탄핵 이슈와 지지율 하락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국의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합의를 하자니 중국의 요구 조건을 수용해야 하고, 합의를 깨자니 자신이 공언한 스케줄(1·2·3차 무역합의)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당분간 1차 무역합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단계적인 무역협정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요구사항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은 1차 무역협정부터 미국에 최대한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특히 중국 상무부가 무역합의 조건으로 제시한 '중국과 미국이 같은 비율의 관세를 동시에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장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 점진적 관세 철폐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 비율 관세를 적용한다면 미국이 더 많은 금액의 관세 철폐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중국에 매파적인 백악관 관료들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다.
1차 무역합의를 둘러싼 노이즈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계적으로 무역합의를 이어가겠다'는 발언이 무역협상·합의에 대한 기대를 이어가게 만드는 바탕이 되고 있다. 환율 이슈와 단계적 관세 철회가 화두로 제기됐다는 점 또한 미·중 무역협상·합의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