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CEO와 인사하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국내 보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종신보험을 변칙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묵인 하에 연금 받는 보험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는 것인데, 영문도 모르는 소비자들만 낭패를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금융감독원에는 관련 민원이 매년 끊이지 않는다. 종신보험은 판매 수수료가 높은 상품 중 하나다.
불완전 판매에 따른 처벌도 가볍다. 불완전 판매는 보헙업법 위반이기 때문에 보험사 임원에 대한 해임, 직무정지를 비롯해 6개월 이내 영업의 일부 정지 등을 조치할 수 있으나 실제 처벌은 보험설계사에 대한 직무정지나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14일 "우리나라는 보험사의 명백한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수입보험료의 20% 선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며 "그러나 어지간해서는 적발하지 않고 적발하더라도 과징금이 적어 실효성이 없다. 보험사들의 종신보험 변칙판매가 반복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대형 보험사인 메트라이프는 1999년 17억달러(1조8000억원)를 소비자들에게 배상했다. 종신보험을 의도적으로 연금저축인 것처럼 속여 판매해서다. 천문학적 배상금을 지불하게 된 것은 미국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고의적, 악의적인 잘못으로 다수에 피해를 줄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다. 물론 벌금도 무겁다.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에 미사여구를 붙여 그럴듯하게 변칙판매하고 있다. '신개념', '진화된 종신보험', '차세대 종신보험', '하이브리드 종신보험', '종신보험을 연금처럼', '고령화시대 종신보험의 변신', '연금 받을 수 있어 행복한 종신보험' 등 그 종류도 적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보험료를 낮춘 저(低)해지 종신보험이 출시돼 불티나게 팔렸다. 이 상품은 보험료가 기존 종신보험 대비 15~30% 저렴한 대신 중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을 30~70%만 받는다. 여기에 더해 무해지환급형 종신보험도 나왔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는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많아진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판매현장에서는 보험료가 싸다는 점만 부각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만기 전 해약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점은 간과된 것인데, 이에 따른 불완전 판매가 불거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상품의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 발령 등 소비자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품설계 제한
일부 보험사는 급전이 필요할 때 중도인출, 여유가 있을 때 추가납입 등 종신보험을 자유입출금 통장인 것처럼 현혹해 판매하기도 한다. 유니버셜 기능이 있는 종신보험을 강조한 것인데, 종신보험은 자유입출금을 하는 은행 적금이 아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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