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은 수년간 주택경기 호황으로 재무 상태가 몰라보게 개선됐음에도 정부의 주택 규제와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로 미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본업 외에 다른 우물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무려 2조5000억원의 '통 큰 베팅'을 했다. 10대 건설사였던 이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양대 국적항공사로 변신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출(7조원)은 HDC그룹 전체 매출(6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자산 총액으로도 재계 순위 33위에서 18위로 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탈것)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데 골몰해왔다. 2006년 영창악기 인수에 이어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열고 지난해에는 부동산114, 올해 8월에는 오크밸리를 인수해 HDC리조트를 출범했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말 창립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경영권 인수를 결정했다. 전 세계 수술용 고무장갑 시장 1위인 미국 크레이턴의 캐리플렉스 사업부를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 브라질 공장과 원천기술, 판매 인력 및 영업권까지 확보하는 계약이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사업 확대와 석유화학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자이' 브랜드로 건설 경쟁력을 갖춘 GS건설도 수처리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6월 자회사 GS이니마 나머지 지분 19.6%를 887억원에 인수해 100% 확보하기로 결단했다. GS이니마는 스페인 국적의 세계 10위권 수처리업체 이니마 지분 79.62%를 들고 있는 GS건설 계열사다. GS건설은 2013년 해외플랜트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수처리사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되레 지배력을 확대했다.
건설사들의 언론사 인수나 지분 투자도 눈에 띈다. 중흥건설은 헤럴드경제 지분 47.8%를 684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호반건설도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주주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던 호반건설은 올해 덕평CC와 서서울CC 등을 인수해 레저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 이대현 대표는 "이미 국내 건설사들은 시공 능력과 자금 조달 면에서 중국 등 글로벌 경쟁자들에 밀려 어려운 상태"라며 "결국 창의적인 인재와 유연한 조직문화로 건설 너머의 신사업을
한 중견 건설사 경영자는 "건설업체들이 최근 돈을 많이 번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산업에 걸친 경험과 미래지향적인 시각이 있다고 평가하긴 힘들다"며 "검증되지 않은 M&A가 본업까지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