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양시 일산 한 아파트를 계약한 최준기씨(42)는 16일 중도금을 보내기 위해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계약파기'라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집주인은 갑자기 "집을 안팔겠다"며 배액을 보상하고서라도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나온 것. 이달 6일 일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주변 집값이 들썩이자 집주인이 변심해 매물을 걷어들인 것이다. 최씨는 "아이 학교때문에 이사가려고 다 준비를 해놨는데 이제와서 계약을 파기하니 어이없다. (정부 발표후)일주일새 호가가 너무 올라서 이제는 그 가격으로 근처 아파트를 구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정책을 발표할때마다 집값이 올라 나같은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계약파기·매물 품귀·호가 높이기… '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 높아지는 매수우위지수가 올해 들어 계속 고공행진중이다. 지난해 정점을 찍고 하락하던 매수우위지수는 올해 4월부터 다시 반전을 시작해 8개월째 상승중이다. 매수우위가 높다는 것은 집주인들이 향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미가 커서 집값 상승 기대도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매수우위지수가 11월 둘째주(11일 기준) 매수우위지수는 58.4로 그 전주(52.2)보다 6.3점 상승했다.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을 시작한 4월29일(22.2점)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올랐다.
매수우위지수는 아파트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를 확인해 산출하는 지수다. KB가 부동산중개업체 360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 쪽이 많은지를 확인해 산출한다. 매수우위지수가 높을수록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에 비해 많다는 뜻인데,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 8월 매수우위지수는 152.3으로 정점을 찍은후 9.13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가 점차 줄어 하향세를 기록했다. 그러다 올해 4월부터 다시 거치없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저금리 기조에서 자금이 아파트 시장으로 기웃거리면서 매수세가 높아지고 있다. 물량이 적은데 사려는 사람은 많은 형국"이라고 해석했다.
내년 4월부터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신축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신축·분양권 가격은 연일 신고가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6개월 유예 기간을 피해 내년 4월전까지 분양을 서두르는 둔촌주공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둔촌주공1단지는 50㎡형은 11월7일 15억1000만원 거래됐다. 9월만해도 13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인데 1억5000만원 이상 올랐다. 둔촌주공3단지 99㎡은 11월6일 17억원으로 9월대비 2억원 올랐다. 둔촌주공4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이후에 3건이나 거래됐다. 이달 13일에는 78㎡이 15억6000만원 신고가로 실거래됐다.
신축 아파트도 몸값이 전국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해운대센텀 미진이지비아는 84㎡형이 이달 10일 7억 6000만원에, 김포 한강메트로자이2단지는 9일 6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준공 40년가까이 된, 초기 재건축 단계의 아파트도 품귀다. 부산 삼익비치, 여의도 목화, 용산 산호,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서울 주요 입지의 재건축 아파트를 미리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면서 "각종 규제로 매물이 잠기다보니 실거래를 따기 위해서는 신고가를 부르게 되고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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