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첫해에 삼성전자가 해외법인도 정부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으로 교체하면서 향후 감사인을 지정받을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해외법인이 많은 대기업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회계개혁은 내년부터 제대로 처음 시행되는 것으로 연착륙을 위한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보다 긴장감 있는 회계감사를 위해 국내와 해외를 모두 바꿔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성공으로 이어져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과 파트너사인 딜로이트의 내부 규정, 회계감사의 효율성 등을 감안해 해외법인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200개가 넘는 해외법인 중 모두를 딜로이트로 바꿀지, 주요 거점만 바꿀지 등은 최종 확정 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은 본사의 감사의견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연결 감사법인의 60~70% 이상을 파트너 회계법인이 감사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딜로이트도 이 같은 의견을 피력해 삼성전자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에서도 본사와 계열사의 감사법인 의견이 다르면 삼성전자의 수검 부담 문제를 비롯해 실적 공시 지연 등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미국 유럽 등 60% 이상의 주요 해외법인을 글로벌 딜로이트 계열로 변경하면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감사 계약 과정에서 40년 만에 변경되는 회계감사인을 맞아 감사보수도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정액제는 실제 감사 시간과 상관없이 특정 금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삼일회계법인은 앞서 2016년에 36억9000만원, 2017년에는 40억3000만원, 2018년에는 44억원의 감사보수를 받았다. 같은 기간 감사 시간은 4만3999시간에서 5만401시간으로 늘어났지만 시간과 관계없이 확정보수 계약을 맺었다. 딜로이트안진과의 새로운 계약에서는 감사 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처음 보는 회계사가 맡게 되는 만큼 지난해 5만여 시간이 내년에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인이 지정되면 감사가 보다 강화되면서 시간과 보수가 2배가량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국내 최대 회사인 삼성전자라는 특이성을 감안하면 안진이 연간 100억원대 감사보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이번 삼성전자 외부감사인 선임을 계기로 신뢰를 회복하고 회계업계에서 본연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에만 최대 100명 이상의 회계사를 투입하는 전담팀도 구성할 방침이다. 안진은 2015년만 해도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 4곳 가운데 삼일회계법인에 이어 매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7년 대우조선해양 회계분식 사태로 영업정지 1년이란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2018년 6월~2019년 5월)에는 매출액 기준 EY한영에도 추월을 허용해 빅4 중 4위로 추락했다. 절치부심 끝에 삼성전자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겪으며 유출됐던 인력도 다시 채용하고 있다.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안진이 최근 약 60
[진영태 기자 /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