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銀 '임금피크 대란' ◆
↑ `임금피크 대란`이 국책은행들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3년 후 임금피크 직원 수가 1000명을 돌파하는 IBK기업은행 서울 을지로 본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
# B국책은행을 다니는 이 모씨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후에는 평일 점심을 12시 30분부터 먹는다. 이 시간에 식당으로 향하면 비슷한 연령대 직원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모여든다. 식사 시간에조차 일반 직원과 어울리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임금피크제 동료'들이다.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지 몇 년이 지나면서 그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금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3년이 지나면 국책은행에서는 '임금피크제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직원은 대부분 후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은행 내에서 '열외 인력'으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 8명 중 1명이 열외자가 되는 조직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오랜 관리자 생활로 인해 실무 업무에 대한 숙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창구 업무 등으로 배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KDB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몇 년 내 직원 중 6분의 1이 임금피크제에 들어간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총 정원이 3159명인 산업은행 조직원 중 531명이 2022년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된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2016년 '혁신 방안'을 도입해 은행 인력을 2021년까지 10% 줄여야 한다. 결국 산업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입 행원 규모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나가는 사람은 없고 총원도 줄여야 하니 인력을 새로 충원할 수 없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2017년 69명, 2018년 72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절반도 안 되는 35명을 채용했다. 정원 축소와 임금피크제 대상자 급증에 따른 결과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과거 소매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채용했던 수신 전문 인력만 5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후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활성화 작업이 중단되면서 이들 인력의 배치 문제가 심각한 경영 과제로 부상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혁신금융이나 기업금융 등 산업은행 고유의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은 2022년께 200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직원 3000여 명 중 3분의 2만 온전히 가동할 수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에서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이들 이익을 대변하는 '제2의 노조'도 출범했다. 이들은 정년과 임금피크 진입 나이를 2년씩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임금피크 직원은 올해 8월 말 기준 374명이었지만 2022년에는 1033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불어나는 셈이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경험하던 당시 입행한 직원이 많아 임금피크 연령대에 많은 직원이 분포돼 있다.
올 8월 기준 기업은행 정원(정직원)이 8561명인 것을 감안하면 2022년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비중은 12%를 넘는다. 기업은행 지역본부의 평균 인원이 5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로만 지역본부 2개를 꾸릴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2016년에 마지막으로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채용을 전년 대비 15.8% 늘릴 예정이지만 임금피크제 대상자 급증이 현실화하면 향후 채용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8월 기준 정원 991명 중 69명이 2022년 임금피크제 돌입 대상자다. 산
[최승진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