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 컨소시엄은 아시아나 대주주 금호산업 보유 지분 31.05%에 대해 3200억원을 제시했다. 구주 가격은 3200억원을 쳐주고 신주에 대해서는 2조1000억원가량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구주 제시 가격을 주가로 환산할 경우 주당 4660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올 초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진 올해 4월 15일을 기점으로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냈다.
올해 일별 종가 기준 아시아나항공 주가 평균은 5269원이다. HDC 컨소시엄 제시 가격을 분명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매각 기대감에 따른 주가 급등세를 제외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올해 1월 2일~4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종가 평균은 4128원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없이 자력 갱생을 도모하던 시절 주가 대비로는 13%가량의 프리미엄을 책정해준 셈이다.
한 IB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전에 참여를 검토하던 대기업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 구주 지분 가치가 0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 까닭에 아예 참여를 꺼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 직전까지 유찰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구주 가격을 둔 실랑이가 지속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몽규 HDC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매각 측을 배려한 통 큰 결정을 내렸다는 업계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금호산업 측은 "국내에 단 두 곳밖에 없는 국적항공사 라이선스라는 프리미엄을 반영해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며 배타적 협상 기한 종료도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한 달째인 다음달 12일까지로 협상 기한을 정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해를 넘길 경우 매각 주도권이 금호산업에서 채권단으로 넘어간다. 또 다른 인수후보였던 애경그룹 역시 아시아나항공 구주에 대해 HDC 컨소시엄과 큰 차이 없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협상의 여지는 적은 상황이다. HDC 컨소시엄은 최근 금호산업에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양측이 구주 가격을 비롯한 제반 거래 조건에 합의할 경우 남은 과제는 신주 발행가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에 대해 이사회 결의일을 기준으로 '직전 한 달 종가 산술평균' '직전 한 주 종가 산술평균' '직전일 주가' 등을 산출한 뒤 이 세 가지 숫자를 산술평균해 신주 발행가를 정하도록 돼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HDC 컨소시엄이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하기 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추가 자본 확충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인수 측 관계자는 "그런 무리수를 둬 가며 인수를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 같은 시선을 일축했다.
인수 측은 인수를 위한 사전 검토 작업에서 신주 주당 단가를 550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급등해 이 같은 단가를 크게 웃돌 경우 HDC 컨소시엄이 가져갈 신주 지분율은 반대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신주 전체 투자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등하면 최악의 경우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