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역대급' 셀 코리아 ◆
↑ 코스피와 달러당 원화가치가 동시에 하락한 4일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난감한 듯 머리를 만지고 있다. [이승환 기자] |
11월 한 달간 외국인은 3조1707억원어치를 팔았고, 12월 들어 3영업일 동안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뺐다. 한참 증시가 고꾸라지던 작년 말에도 외국인들이 이처럼 자금을 빼지는 않았다. 작년 11월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오히려 36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12월에는 순매도로 돌아서긴 했지만 금액이 505억원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지수 조정이 마무리되고 이후 7영업일이 지난 12월 4일까지도 외국인 매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매도 금액도 지난달 26일 최대치였던 8500억원대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하다.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1431억원, 1167억원의 외국인 순매도를 기록해 매도세가 꺾이나 했지만, 29일 4499억원으로 순매도 금액이 커졌고, 12월 들어서는 매일 2000억~3000억원대 '팔자'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대량 매도는 코스피 하락으로 연결됐다. 지난 11월 1일 2100을 탈환했던 코스피는 12월 4일 2068.89로 마감해 2070선도 지켜내지 못했다.
문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주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형국임에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11월 한 달간 국고채 3년물 42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지난달 26일 이후 순매수 규모를 줄여오다 12월에 들어서며 3일 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채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2일 67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결국 MSCI 조정이 아닌 다른 변수가 한국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이유로 꼽히는 것은 지지부진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다. 10월 '스몰딜' 타결 후 이달 15일로 예정된 중국산 제품 관세 적용을 앞두고 양국이 1차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간 시장을 지배했다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내 생각엔 내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까지 기다려 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고, 증시에서도 수출 관련 종목이 대세를 이루는 한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영향을 받으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단순히 '팔자' 기조로 돌아선 것을 넘어 한국 증시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서 빠져나가도 채권이나 외환시장으로 쏠린다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 약화 정도로 볼 수 있지만, 현재 상태는 국채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감지되고, 원·달러 환율도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간 자금이 다른 나라로 옮겨갈 개연성도 충분하다. 대만이 미·중 무역분쟁을 틈타 생산기지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데다 아람코 상장이라는 대형 이벤트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0영업일 연속 외국인 매도는 아람코 상장에 대비한 글로벌 펀드의 유동성 확보 차원과 15일로 예정된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 등 리스크에 대비한 이익 조기 실현 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일 기관투자가 청약을 마친 아람코 상장과 15일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 등을 보고 나야 외국인 매도가 진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영원한 '엑시트'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 센터장은 "월말로 갈수록 외국인 매도 규모는 줄겠지만, 매수로 반전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내년 초에는 외국인 자금이 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