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남방 금융한류 / 무한대로 넓혀가는 신남방 금융영토 ① ◆
↑ 베트남 호찌민시 레주언가(街) 엠플라자 빌딩 1층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사이공지점 앞으로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6.5%(IMF 기준)로 예상되는 베트남에서 36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신한은행] |
노력의 대가는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방문 만찬 때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손 회장만 만찬에 유일하게 배석했을 뿐만 아니라 양국 정상이 앉은 헤드테이블 바로 옆 '1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손 회장은 이 테이블에 함께 앉은 캄보디아 고위 경제 각료들에게 "캄보디아에도 한국의 통합 은행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손 회장에게 낭보가 전해진 건 당연한 순서였다. 캄보디아 정부가 우리은행이 현지 저축은행을 인수해 설립한 현지법인 WB파이낸스와 이보다 앞서 인수한 소액 대출회사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 간 합병에 대한 예비인가를 내준 것이다. 김응철 우리은행 글로벌전략본부장은 "현재 두 기관 간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 작업 중으로 합병 이후엔 자산이 5000억원으로 늘어나 캄보디아 내 외국계 은행 가운데 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캄보디아에서 디지털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 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모빌리티 업체 '엠블'과 손잡고 전자지갑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처럼 캄보디아가 부상하는 것은 최근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 금융사들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면서 견제가 심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다른 신남방 국가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신한·우리·하나·KB금융 등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이후 지난달까지 신남방 국가에 1조7572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82.8%(1조4548억원)가 베트남에 쏠렸다.
베트남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이지만 저수익 구조로 고전하는 국내 금융사에 여전히 매력적인 땅이다. 작년 베트남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에 달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각각 6.5%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제시된 아세안 국가 중 제일 높다.
베트남은 대부 업체가 활성화돼 있어 개인대출 금리가 최소 10%, 평균 15%에 달한다. 국내 은행들은 이보다 낮은 8~9% 수준으로 대출금리를 제공하지만 여전히 국내 금리보다 2배가량 높아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 핵심으로 베트남이 꼽히고 있는 데다 문화적으로도 가까워 베트남 국민이 외국계 은행을 선택할 때 일본과 한국계 금융사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에 은행을 중심으로 베트남에서 63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이 숫자는 신한의 신남방 전체 순익 중 72.1%를 차지한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베트남 비중이 가장 높다.
하나금융지주는 향후 베트남 금리가 하락할 것을 대비해 '규모의 경제'로 노선을 잡았다.
최근 베트남 1위 은행인 BIDV 지분을 1조원에 사들여 2대 주주가 되는 간접투자 방식을 택했다. BIDV에 한국 자금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이 종목 주가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일본 은행이 베트남 등 해외에서 전체 순익의 50%를 버는데 한국은 10% 수준이어서 성장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