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기준 20일 누적 공매도 규모는 5조1554억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작년 같은 기간(2018년 12월 10일) 6조6381억원과 비교해도 22.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이면 보통 공매도를 했던 사람들은 빌렸던 주식을 상환해야 하는 압박을 받기 때문에 공매도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 감소 규모가 평년보다 확연히 줄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난달 7일 시작된 외국인 매도 세례와 이로 인한 코스피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매도가 줄었다는 것은 하락보다는 향후 상승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연말이 되면서 빌렸던 주식을 상환해야 하는 외국인과 기관들은 어쩔 수 없이 매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코스피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요인이다. 여기에 평년보다 훨씬 더 공매도가 많이 줄었다는 것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세력이 줄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코스피가 반등하는 국면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의 공매도 청산 포지셔닝까지 더해지면 약하게나마 연말 랠리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금융투자협회 대차잔액(아직 상환하지 않은 빌린 주식) 데이터에 따르면 대차잔액은 10월 29일 71조3726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11~12월에 거쳐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대차잔액은 64조3822억원으로 연평균 대차잔액 67조2532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한 잔액 물량은 11월 초 약 30억5880만주에서 지난 5일 31억4527만주까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다 10일 기준 31억1205만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역시 연평균 대차잔액 주식 수인 29억4556만주까지는 추가 하락할 여지가 남아 있다.
대차거래를 통해 빌린 주식은 공매도뿐 아니라 차익거래나 헤지거래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지만 대체로 공매도에 이용된다. 결국 대차잔액 자체는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비칠 수 있고, 이것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수급 측면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공매도를 특별히 자극할 만한 사건이 없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 같은 대차잔액 감소가 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같이 공매도를 자극하는 이벤트가 많지 않았고 연말이 다가오며 포지션을 축소하는 게 공매도가 감소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12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이후로 대차잔액 감소가 더욱 빨라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기일이 지나면 시장 참여자들 포지션이 전반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200 시장은 2014년 이후로 12월 만기일로부터 12월 말일까지 대차잔액이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확실한 건 대차잔액 감소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11월 이후 대차잔액이 감소한 종목들 수익률을 보면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11월 이후 대차잔액이 줄어든 상위권에 속한 호텔신라는 11월 초 대비 대차잔액 비중이 각각 4%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신라호텔 주가는 11월 1일 종가 7만9100원에서 11일 8만3700원으로 5.81% 올랐다.
11일 코스피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오랜만에 2100선을 회복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