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핑 가오(Guangping Gao) 미국 유전자 세포 치료학회 회장. [사진 제공 = 아바테라퓨틱스] |
광핑 가오(Guanping Gao) 아바테라퓨틱스 메사추세츠 주립대학교(UMASS)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유전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를 활용한 유전자 연구·치료 사례는 전무하다"면서 "새롭게 개화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만성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AAV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가오 교수는 유전자 치료 분야에 30년 이상 몰두해온 유전자 치료계 세계적인 권위자다. 현재 회원수가 4000명에 육박하는 미국 유전자 세포 치료 학회(American Society of Gene & Cell Therapy) 회장을 맡고 있다. 메사추세츠 주 정부에서 출자한 호라이 유전자 치료센터(Director of Horae Gene Therapy Center)의 센터장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인사들과 함께 AAV 기반 유전자 치료 바이오벤처 '아바테라퓨틱스(AAVAA Therapeutics)'를 설립했다.
가오 교수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의 역사는 지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렌치 앤더슨 등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 연구진은 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아데노신데아미나제(ADA) 유전자를 투여해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에 성공했다. 바이러스를 통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감염시키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후 낭포성 섬유증 등 다양한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 치료 연구가 늘었지만 1999년 미국에서 유전자 치료 임상에 참여한 한 환자가 치료제 투입 후 숨을 거두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제임스 윌슨 펜실베니아 대학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오르니틴 트란스카르바밀라아제 결핍증 유전자 치료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하던 중 환자가 면역반응에 의해 사망한 것. 이에 따라 유전자 치료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가오 교수가 면역반응 등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AAV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게 되고 이후부터 성공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앞다퉈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참전, 관련 바이오벤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핵심은 AAV다. AAV는 유전자 전달체인 벡터 가운데 아데노 바이러스(AV)를 재조합해 만든 바이러스다. 일반 AV의 경우 효율성이 높고 모든 종류의 유전자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주 심각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단점 또한 상존한다. 이에 반해 AAV는 안정성이 높고 면역반응이 낮은 데다 여타 전달체와 달리 병원성이 없다. 현재 적용증에 따라 AAV7, AAV8, AAV9 등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가오 교수가 세상에 내놓은 AAV 종류만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AV는 특히 유전자 관련 희귀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단 1회만 투여하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AAV 인비보 제품은 3개다. 선천적 실명 치료제 '럭스터나', 지단백지질분해효소 결핍 치료제 '글리베라',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등이 모두 AAV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가오 교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40개 정도의 AAV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오는 2022년이면 40개 이상의 유전자 치료제가 시장에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 교수가 설립 멤버로 참여한 아바테라퓨틱스도 AAV를 적용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판매 중인 치료제와는 결이 다르다. 럭스터나, 글리베라, 졸겐스마 등 현재 판매되고 있는 AAV 유전자 치료제는 모두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제이기 때문에 치료제 주사 1회 처방에 수억원을 호가한다. 단가가 높은 대신 환자수가 많지 않아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아바테라퓨틱스는 세계 최초로 '만성질환'인 골격계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AAV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가오 교수는 "골관절염은 전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의 환자들이 있어 희귀질환 대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물론 대량 생산이라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며 이미 마우스(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우수한 환경 등을 꼽았다. 아울러 연구파트너인 심재혁 메사추세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역할도 컸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골격 및 염증 질환과 관련한 전문가다. 그는 "심 교수를 통해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특히 한국 내 AAV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난제에 간단한 해법을 제공하겠다"며 "이를 통해 한국 유전자 치료 역사에 있어 새 지평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블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