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남방 금융한류 ◆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대형 시중은행들은 최근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으로 전략적 진출에 나서고 있다. 신남방에서 성장성 높은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해 이자수익에 집중한다면, 선진국 시장에선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과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투자금융(IB) 노하우를 배우는 '투 트랙' 전략이다.
선진 시장은 저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안정적인 해외 대체 투자 수요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현실적으로 국내 금융사가 선진국에 진출해 자본력, 네트워크 등에서 경쟁력을 단번에 갖추기 힘들다"면서도 "최근 들어 국내 자본이 축적되는 등 일부 업무에서 사업 기회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선진국에서는 대형 IB 딜이 많고 정보가 모이기 때문에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한 시중은행 런던 지점 관계자는 "IB 시장에선 과거에 딜을 다룬 이력을 나타내는 '트랙 레코드'가 가장 중요하다"며 "2017년께 국내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선진국 IB 데스크를 설치한 뒤 최근 들어 한국 IB의 존재감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엔 신한은행 런던 지점이 아프리카금융공사(AFC)와 1억4000만달러(약 1640억원) 규모의 대출 공동 주선 약정을 맺었다. KEB하나은행 런던 지점도 올해 런던 실버타운 지하 터널(1200억원), 비어트리스 풍력발전(2600억원) 등 2건의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거래에 참여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본점 차원에서 관련 업무 현지화와 인력 양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대형 금융사와 현지 대기업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점포에 여신심사 역량이 없거나 전결권이 주어지지 않아 본점의 여신심사 부서가 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본점 심사역 입장에선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데다 대출 부실이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 거절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짧게 파견돼 머무는 본국 주재원보다 현지에서 오랜 기간 역량을 키운 직원들이 인정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금융사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모건스탠리 투자 이후 IB 강자로 떠오른 사례도 큰 시사점을 준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기에 처해 있던 모건스탠리에 90억달러 규모를 투자하면서 지분 21%와 이사회 2석을 확보한 것이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