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모씨(46)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아파트 138㎡ 아파트의 전세 계약(보증금 10억5000만원)을 체결하러 갔다가 당황스런 현장을 접했다. 계약 장소에서 집주인 이모 씨(53)가 전세보증금을 이전 세입자가 냈던 기존 9억5000만원에서 최소 2억원은 올려야 하는데 중개업자 말만 듣고 1억원 밖에 올려받지 못했다며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씨는 "12·16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로 주변 전세값이 2억원씩은 뛰는 분위기인데 괜히 부동산 말만 믿고 빨리 계약해 1억원이나 손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남 아파트 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의 불똥이 전세 시장으로 튀면서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전세가 폭등 등 풍선효과를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성급한 정책 때문에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 발표 후 잠실, 마포, 목동 등 서울 주요 인기 거주지역 전셋값이 호가 기준 1억~2억원 가량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강력한 대출·세금 규제 때문에 매매 수요는 줄어드는 대신 시장을 관망하려는 전세 수요가 급증해 전셋값을 강하게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잠실 아파트 3인방으로 불리는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아파트의 전세값은 대책이 발표된 뒤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이들 3개 단지는 지난달만 해도 8억원 중반~9억원선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4㎡형 전세매물 호가가 현재 10억5000만~11억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학군 때문에 이주 수요가 많은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2단지도 매물이 실종됐다. 지난 17일 이 단지의 전용면적 60㎡가 3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돼 이전
잠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엔 대기를 걸어놓고 매물이 나오면 집도 안보고 가계약금부터 넣을 정도로 전세매물이 품귀다"라며 "아직 실거래가가 등재되진 않은 매물이 많지만 평균적으로 대책 발표 이전보다 전셋값이 1억원 이상 뛴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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