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최고가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7만원을 제시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예측 주가는 6만8000원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에는 삼성전자 실적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매출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255조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37조원이다. 작년보다 각각 10.4%, 37.0%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5G칩·고화소 센서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세철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연구위원은 "서버 D램은 지난해 12월 가격 바닥, 2020년 1분기 가격 상승을 예상한다"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 실적 기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가격은 지난해 1월 6.06달러에서 12월 2.9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올해 초 3달러를 회복하고 연말에는 4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올해에는 반도체 부문 실적 턴어라운드와 5G 스마트폰·폴더블폰 출시,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 등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D램 가격 상승 예상 시기를 올해 2분기에서 1분기로 앞당기면서 2020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7조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높였다"며 "이 밖에 5G 투자, 폴더블폰 판매 기대감, TSMC와 밸류에이션 격차,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19년 바닥을 통과해 올해 실적 개선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 등 밸류에이션 재평가 근거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예상 순이익(12개월 선행 EPS)을 토대로 한 PER를 비교해 봐도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 여력이 있다.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PER가 낮거나 비슷해서다. 아울러 글로벌 테크기업들 PER는 상승 추세다. PER는 주가가 주당순이익(EPS)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재무지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삼성전자 PER는 12.93배다. 주가가 EPS의 약 13배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PER는 인텔(12.71배)과 비슷하며 TSMC(20.16배), 마이크론(17.17배)보다는 낮다. 퀄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PER도 각각 약 20배 수준이다.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모바일 부문 경쟁사인 애플(21.1배)도 삼성전자보다 PER가 높다.
정명지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인텔, 애플 등 테크 공룡들의 2019년 말 PER는 2010~2018년 평균 대비 50% 이상 높다"며 "전 세계적으로 테크기업들에 대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업들의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로, 삼성전자도 이 같은 방향성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6년 초 PER는 애플 10배, 마이크론 11배, TSMC 11배, 삼성전자 9배였다. 애플과 TSMC의 현재 PER는 당시보다 2배 정도 높아졌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PER로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며 "2018년 영업이익 58조9000억원은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비이성적인 결과로, 이 부분을 제외하면 현재 주가 상승은 최근 실적 상승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2020년 EPS 성장률은 글로벌 테크기업과 비교해 높게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EPS 성장률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재고 감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반도체 재고 자산은 12조6199억원 규모로 전 분기보다 13.1% 감소했다. 변 센터장은 "반도체 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D램 가격이 상승 국면 초입에 진입했다"며 "삼성전자의 내년 성장성은 글로벌 테크기업 중에서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당장부가치(BVPS)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BVPS는 자본총계를 총발행주식수로 나눈 지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BVPS는 3만8783원에 이른다. 1년 전에는 3만3061원에 그쳤다. 자산 증가에 따라 자본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삼성전자는 최근 배당도 강화하는 추세다. 2018사업연도 배당총액은 9조6192억원에 달했다. 배당성향은 21.9%로, 전년 대비 7.8%포인트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1~3분기에는 각각 2조4000억원(주당 354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정승환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