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보통주 216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2219억원 규모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의 외국인 비율은 각각 57%, 92%에 달한다. 그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시총 20위권 진입도 노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시총 기준 삼성전자 순위(보통주 기준)는 21위다.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보다 시장가치가 큰 회사는 아람코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 20곳에 불과하다. 1년 전 삼성전자는 32위였다. 1년 새 인텔과 AT&T, 코카콜라, 웰스파고, 셰브론 등 글로벌기업들을 제치고 11계단 상승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담는 기업"이라며 "반도체 시황 회복 기대감과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은 추가적인 주가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7만원으로 높였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는 매력적인 기업이다. 경쟁사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2.6배로 애플(20.0배)과 엔비디아(33.2배), 텍사스인스트루먼트(25.4배), AMD(44.9배), 퀄컴(14.6배), 소니(15.3배) 등 글로벌 테크기업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PER는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PER 기준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도 투자자에게는 긍정적 소식이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12월 보유 자사주 잔여분을 전량 소각했다. 유통주식수가 감소하면서 시총도 줄어들었다. 2017년 11월 1일 삼성전자 전체 시총은 414조27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런데 사상 최고 주가를 기록한 9일 시총은 2017년보다 낮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에겐 시총규모가 아닌 주가 상승이 '굿뉴스'다.
배당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2조9000억원을 배당했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배당목표는 28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통 주식 수 감소와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당 순이익(EPS)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배당수익률 역시 작년보다 높은 4% 수준을 예상하고 있어 삼성전자 투자 매력은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 배당수익률은 3%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은 59조원, 영업이익은 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8%가량 웃도는 기대 이상 실적이다. 2019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9조5200억원, 27조7100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전망은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매출 컨센서스는 255조7107억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38조5404억원이다. 이익은 약 40% 상승한 수치며, 이익 절반 이상이 반도체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20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실적 개선 폭이 가장 큰 센터는 반도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외변수 역시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다.
미국 대선으로 인해 미국은 중국과 무역분쟁을 한시적으로라도 잠재우고 싶은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수출엔 호재다.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반도체 생산공장 화재로 인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키옥시아 팹(Fab)6에서 화재가 발생해, 장비 1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에 따른 연기 발생으로 클린룸이 오염돼, 복구엔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팹6는 3D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키옥시아의 최신 시설로, 키옥시아 3D 생산설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주간의 생산차질이 빚어질 경우, 분기 기준 글로벌 생산량의 약 1%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복구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반도체 공급부족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9일에도 증권사들의 삼성전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IT 대표 종목으로의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한다"며 목표가를 5만7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20% 가까이 상향조정했다. 키움증권은 6만5000원에서 6만9000원, 이베스트증권은 6만1000원에서 6만7000원으로 목표가를 조정했다.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