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계좌로 돈을 보내는 '착오송금'이 매년 증가 추세이지만 이 돈을 돌려받을 길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이 같은 피해를 줄여주겠다고 나섰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년째 낮잠만 자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착오송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돈을 잘못 보냈다며 해당 은행에 돌려 달라고 요청한 착오송금 반환청구 금액이 작년 상반기에만 1204억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조사(2015년부터)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연간 최고 기록은 2017년 2398억원이었다.
반환청구 건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6만1278건이었는데 작년 상반기에만 6만건을 돌파했을 정도다.
디지털 금융 기술 보편화로 온라인 계좌이체가 늘어나면서 젊은 층의 송금 실수도 급증하고 있다. 이날 예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착오송금 건수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26.5%)였다. 모바일 뱅킹이 익숙한 20대(21.3%)도 실수가 잦았다. 반면 50·60대는 각각 17.8%, 9.5%로 낮았다.
특히 착오송금을 받고도 돌려주지 않는 '미반환율'은 최근 5년 평균 55.1%에 달한다. 현행법상 일단 입금이 이뤄지면 그 돈은 곧바로 수취인(돈 받은 사람) 소유가 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반환을 강제할 수 없다. 돈을 돌려받으려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착오송금 대부분이 100만원 이하여서 소송비가 더 많이 나온다.
애꿎은 피해자가 늘자 2018년 취임한 위성백 예보 사장은 착오송금 문제 해결을 국내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같은 해 12월 착오송금 구제사업을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요 내용은 예보가 착오송금 금액의 일정 부분을 주고 채권
하지만 이 법은 정치적 논리 등에 밀려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예보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출연금 없이도 충분히 착오송금 문제를 풀 수 있다"며 "서민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하루속히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