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대출을 제한한 12·16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호가가 1억~2억원씩 떨어지고, 9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는 뚝 끊겼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빙하기'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정기 때 나오는 '급매'를 잡기 위해 월세살이를 감수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당긴다'의 준말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마련한다는 뜻)해서 분양권을 매수한 후 전셋집에 들어가는 사례다. '극한의 재테크' 현상 뒤에는 조정기 후 상승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급매를 잡기 위해 집을 먼저 팔아놓고 월세를 사는 사례도 있다. A씨는 성수동 아파트를 팔고 근처 월세방으로 이사했다. 송파 쪽 신축 대형 평수로 갈아타려는 A씨는 "가족들도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1억~2억원 아낄 수 있다고 하니 월세살이에 동의했다"고 했다.
고가 주택 소유자의 전세 대출을 제한한 12·16 대책의 '허점'을 이용해서 투자금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분양권과 입주권은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아 전세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직장인 C씨는 지난달 마포 아파트 두 채를 팔고 방배 재개발 입주권을 15억원에 매수했다. 자신이 살 집은 전세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특히 방배동 입주권은 이주비 대출도 나온다. 12·16 대책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했지만, 정책 발표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주비 대출을 허용한다. C씨는 "'영끌'하느라 사용한 신용대출은 내년 감정가의 40%까지 되는 이주비 대출이 나오면 청산할 계획"이라며 "20·30대에게 강남 아파트 청약은 불가능하니 이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직장인 D씨는 내년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 조합원 입주권을 매수했다. 계약금 3억원은 모아 둔 돈으로 마련했다. 잔금은 내년 입주 때 치를 예정인데,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놨다. 입주 전까지 시간이 넉넉해 아파트를 매도한 뒤 월세로 살며 입주 때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서울과 분당·판교 등 집값이 급등하면서 마련한 발판으로 '강남'으로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