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른바 조선 빅3로 불리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지난 7일 각각 2.43%, 2.48%, 1.17% 하락했다. 3개사의 주가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하락을 거듭했다가 6일 6~12%대의 높은 상승률로 반등했으나 다시 떨어진 것이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조선사들의 올해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LNG운반선의 대규모 발주가 예상된다. 카타르와 모잠비크 등의 LNG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데다 셰일가스로 인해 미국의 LNG 생산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은 4~5월 카타르·모잠비크 LNG운반선 발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며 "올해 25척을 수주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LNG운반선의 한 척당 가격은 보통 2000억원으로 25척이면 5조원 규모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 역시 호재다. IMO 규제에 따라 선박들은 올해부터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 비싼 연료인 저유황유를 쓰거나 스크러버(탈황장치)를 부착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제는 각국 정부가 개방형 스크러버가 해양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유황유는 선박 엔진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따라 규제에 부합하도록 LNG나 LPG를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의 신규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는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은 LPG 추진 사양의 초대형가스운반선(VLGC)을 수주했고 다른 LPG 선주사들과 LPG 추진 사양의 LPG운반선 수주계약을 위한 다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조선해양이 주도해오던 LPG선 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 역시 주목받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은 작년보다는 더 많은 수주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과 같은 수주 목표액 159억달러(약 18조9289억원)를 제시했으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을 표했다. 삼성중공업도 작년 78억달러에서 올해는 84억달러로 목표액을 높였다.
매출액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 회사의 매출액은 작년에 비해 각각 6%, 4%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5년 연속 적자를 냈으나 올해는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로 인해 국내 업체가 받을 반사이익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10일 산업별로 생산을 재개하라는 조업 복귀 명령을 최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연장된 춘제 연휴로 멈춰섰던 중국 조선소도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직 신종 코로나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재개했다가 바이러스가 확산되기라도 하면 중국 조선업에 미치는 충격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선 산업은 특히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란 점에서 감염병 유행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중국 조선사가 고객사에 '현재 재앙 상황이므로 해양플랜트에 대한 납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품질 저하와 신뢰성 하락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중국이 제조한 LNG선이 2018년 바다 한가운데서 멈춰서고 결국은 폐선 조치된 전례가 있다. 중국 조선사의 수주 물량 중 상당수가 자국 물량이긴 하지만 중국 외 발주처 입장에서는 발주 시 고민이 커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