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칙 없는 국민연금 ◆
그럼에도 상장사들에 국민연금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주주제안 말고도 국민연금이 가진 무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 입김이 먹히지 않더라도 논란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올해 국민연금 블랙리스트(일반투자 목적)에 들어간 한 상장사 고위 관계자는 12일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으면 자산운용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며 "이 경우 국민연금은 사실상 주주권과 의결권을 모두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위탁받는 자산운용사들은 태생적으로 국민연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운용사들이 특정 기업 이사 해임과 배당성향 등 국민연금 성향에 맞춘 주주제안을 했을 때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권 행사에 제약이 있더라도 여전히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이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상당수 기업의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효성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54%에 달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절대 안심하지 못한다. 주총에서 표 대결까지 간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논란의 중심에 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도덕성, 지배구조 문제, 저배당 등이 논란이 되면 안건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정치적 부담도 떠안게 되는 만큼, 기업들이 긴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2기 수탁자위원회 인적 구성은 이달에 완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