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1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감사 선임 부결 위험이 있는 상장사는 238개로 나타났다. 이는 상장회사협의회가 공시된 상장사 지분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감사 선임 안건의 부결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3% 룰이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는 소액주주를 끌어모아도, 대주주의 발행 주식 총수 3% 초과분은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주총 의결 요건을 충족시키기 힘들다"며 "섀도보팅 폐지 후 3% 룰 때문에 감사 선임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3% 룰은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입김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그런데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감사 선임 실패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섀도보팅은 의사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 주식 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56개사, 지난해엔 12월 결산 상장사 149곳이 주총에서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했다. 상법은 상장사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등에 대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 3% 초과 보유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감사 선임 안건 통과를 위해선 발행 주식 수 3%까지만 인정되는 대주주 지분에다 소액주주 지분으로 의결정족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감사 선임 등 주총 보통결의 요건은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 50% 이상 찬성이다. 최소 발행 주식 25%가 주총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상장사가 주총에서 감사 선임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발행 주식 총수는 100주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41주, 소액주주는 59주를 보유했다. 최대주주 등은 주총에 전원 참석, 소액주주는 8주가 주총 참석 및 찬성표를 던졌다. 감사인 선임 시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최대주주 등은 100주의 3%인 3주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참석·찬성표는 대주주 측 3주와 소액주주 8주를 합한 11주로 계산된다. 여기서 발행 주식 총수는 62주로 조정된다. 최대주주의 3% 초과분(41-3)은 발행 주식 총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즉, 감사인 선임을 위한 보통결의 최소 찬성 요건은 62주의 4분의 1인 16주다. 11주는 부결이다. 최대주주 측이 발행 주식 41%를 갖고 있어도 소액주주들이 주총을 외면하면 감사 선임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평균 참석률은 7.28%에 불과하다.
상장회사협의회는 감사 선임 부결 사태 해결 방법으로 법률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감사 등 선임 시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의 폐지가 필요하다"며 "이 밖에 섀도보팅 부활이나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발행 주식이 아닌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3% 의결권 제한 폐지는 상장회사협의회의 올해 최우선 사업목표다. 협의회는 4월 총선 후 21대 국회에 3% 의결권 제한제도 폐지와 의결정족수 완화 등 주총 결의 방법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 의결권 제한 완화 등 입법·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대 국회에선 권성동 의원과 김성원 의원 등이 3% 룰 폐지 등 주총 결의요건 완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3% 룰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회원사에 사외이사 인력뱅크 안내공문을
■ <용어 설명>
▷ 3% 룰 :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일컫는다. 주요 주주의 3% 초과분은 발행 주식 총수에서도 제외된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