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캐피털사에 유동성을 우선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금 시장의 약한 고리에 자금을 먼저 투입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차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단기자금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와 캐피탈사에 가장 먼저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가능하다면 이달 안에 실질적인 자금 투입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24일 100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식과 회사채, 단기자금 등 금융시장에 48조5000억원의 자금을 배정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다음달 초부터 자금을 투입한다고 예고했던 바 있다.
금융위는 증권사·캐피털사부터 본격적인 자금집행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금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에 먼저 유동성을 투입한다는 취지다.
현재 단기 자금시장의 위기는 증권사들의 유동성 압박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증권사들이 거액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받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이하 여전채)과 기업어음(CP)을 대량 처분해 자금시장에 경색이 왔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여전채 발행이 중단되면 즉시 유동성위기에 봉착하는 만큼 타격이 크다. 특히 중·저신용자를 주로 대상으로 하는 캐피털사는 경기 침체로 인해 대출 자산 부실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캐피털채 투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증권금융과 한국은행을 동원해 증권사에 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 계획에 따라 24일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2조5000억원의 자금을 증권사(7000억원)와 증권금융(1조8000억원)에 공급했고, 증권금융은 25일 1조8000억원을 18개
여전채는 앞으로 20조원까지 확대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동원해 사들이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하면 경색된 시장에 숨통이 틔워질 수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한다면 자금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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