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금리시대 생존재테크 ② ◆
↑ [로이터 = 연합뉴스] |
저금리 시대에는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자율이라는 것은 미래가치를 할인하는 것에 쓰이는데 고금리 상황에서는 성장기업이 미래에 벌 돈이 많이 할인돼 현재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제로금리 시대에는 사실상 할인율이라는 게 없어 제로금리 시대에는 1년 후 받을 100원은 지금 가지고 있는 100원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현재 자산이 많은 기업보다는 미래 가치가 높은 기업이 더 각광받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미국 증시에서 성장주 간에도 희비는 엇갈렸다. 이미 시장 지배력이 확고하고 이익을 계속 창출해 온 성장기업은 주가가 덜 빠지고 지난주 반등장에서도 회복 속도가 빨랐지만 성장에 대한 기대만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기업은 고전하고 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성장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적자가 미래 시장 독식을 보증한다는 것이 명확해야 기업가치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언택트 관련주나 플랫폼 기업 성장세는 탄탄했는데 이번에 더욱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처럼 혁신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진 것"이라며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미래 산업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일등 기업의 승자독식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바꾼 생활 방식 변화가 '언택트'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재무 상태와 이익 전망이 탄탄한 정보기술(IT) 업종의 성장세는 계속될 수도 있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인베스트먼트본부장은 "G20 정상들도 영상회의를 하듯이 이번에 기업문화를 비롯해 사회문화도 온라인 소통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동영상 기술 활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5G, 서버, DRAM 반도체 등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 역시 "아마존의 경우 창고를 더 사고 인력을 10만명 더 늘려야 된다고 얘기했을 만큼 이번 사태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런 트렌드가 더 익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IT 관련주의 장기 고성장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IT 소프트웨어·서비스는 S&P500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던 지난달 19일에 비해 27일 기준 19.5% 하락했지만 금융업은 30.4%, 에너지는 43.4% 하락할 정도로 가치주가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변동을 살펴보면 IT·유틸리티 업종은 각각 0.7%, 0.1% 증가했다. 헬스케어 부문도 -0.2%로 선방한 편이다. 반면 에너지업종은 41.1% 하락하고 산업재 14.8% 하락, 소재 10.4% 하락 등 전통적인 경기순환업종 타격이 컸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코스피 증시가 급락하던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선방한 종목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엔씨소프트 같은 엔터테인먼트, 더존비즈온 등 클라우드 관련 종목이었다. 대부분 현금 보유나 재무 상태도 우량한 IT 기업들이라 향후 전체 증시와 상승폭에서 더 큰 차이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김제림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