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 합계가 지난 3월 말 기준 86조8242억원으로, 2월 말(84조6191억원)보다 2조2051억원 늘었다. 2월 말도 지난 1월 말과 비교해 2조7033억원 증가했다. 두 달 연속 2조원 이상씩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통계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포착된다. 올 2월 은행 전세자금 대출 증가분은 전월 대비 3조7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의 통계는 주요 은행을 모두 포함해 범위가 더 넓다.
올 들어 2월과 3월 전세자금 대출이 많이 늘어난 데에는 대출 규제 강화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고가 주택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하자 주택 수요가 감소한 대신 전세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16일에 나온 부동산대책에 이어 올해 2월 20일 추가 대책 등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한층 어려워졌다.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모든 금융권에서 대출이 원천 금지됐고, 9억원을 넘는 주택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적용돼 실제 대출이 기존보다 적게 나오도록 조정됐다.
올 들어 전세 가격 상승세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 월간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4억5061만원이다. 작년 말 중위값과 비교하면 1.4%(638만원) 올랐다. 2월 전세수급지수는 155.7로 2016년 11월(164.4) 이후 3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3월에도 155.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100을 넘을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규제도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게 공적 보증기관의 전세자금 대출 보증을 제한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민간 보증으로도 보증 제한을 확대했다. 보증기관의 보증서가 없으면 은행에서 대출해주지 않기 때문에 고가 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 대출을 막은 셈이다.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 사이에 1~2개월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 강화를 앞두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물량이 2월과 3월에 집중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앞두고 계약을 맺었던 이들의 대출이 2월에 시작돼 '막
향후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며 주택 거래도 전반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전·월세 거래량은 3월 19만9758건으로 전달보다 10.9% 감소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