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신한·KB·하나금융지주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이 9324억원을 기록하며 다른 금융지주를 압도했다. 전일 실적을 공시한 KB금융과 24일 발표한 하나금융은 각각 7295억원, 6570억원으로 그 뒤를 따랐다. 27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금융지주 순이익 규모는 증권사 추정치 기준으로 5000억원 안팎이어서 신한금융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분기 대비 실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금융(20.3%)이었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순익 증가율이 1.5%에 그쳤고 KB금융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13.7%나 감소했다. KB금융 실적 감소 요인은 본업인 이자수익보다는 외화채권평가손실 등 기타영업손익에서 2773억원 적자가 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자기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얼마나 잘 냈는지를 뜻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신한금융이 9.75%로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9.38%)은 신한금융과 같은 9%대 수익성을 냈지만 KB금융은 7.6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매 분기 치열해지고 있는 금융지주 경쟁에서 올해 첫 분기부터 실적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한금융은 작년 4분기 순이익 5075억원에 그치며 KB(5347억원)에 밀린 바 있다. 신한금융이 1분기 만에 금융지주 1위를 탈환한 비결은 2018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 실적을 올해부터 100% 반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 효과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은 8000억원 중반대다. 오렌지라이프 등 인수·합병(M&A)에 따른 회계상 이익이 1000억원 이상 발생했다는 뜻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견실한 실적을 이끌었다.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6265억원, 신한카드 순이익은 같은 기간 3.6% 증가한 126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지난달 기준금리 50bp 인하에 따라 지난 분기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1.41%에 그쳤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중심으로 대출 자산을 전년 대비 2.9% 확대하며 이자이익 상승을 이끌었다.
비은행 부문에선 글로벌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5% 성장한 890억원, GIB(글로벌&그룹 투자금융)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한 174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 영업 감소, 자본시장 위축 등에 따라 전반적인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순이익은 신한금융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4.1% 하락한 467억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같은 기간 각각 26.3%, 26% 하락한 397억원, 595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하나금융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내부 비용 효율화와 글로벌 부문 수익성 확대가 반영되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하나금융 이자이익(1조4280억원)과 수수료이익(5326억원)을 합한 핵심이익은 전년 대비 120억원(0.6%) 증가한 1조9606억원이었다. 기준금리 인하·신용카드 이용 감소 등으로 NIM이 하락했지만 대출 자산이 적정 수준으로 성장한 가운데 중국·인도네시아 등 국외 부문 이자이익 증가세가 뒷받침됐다. 특히 주요 비용 중 하나인 판매관리비를 크게 절약한 것이 주효했다. 1분기 중 판매관리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2억원(12.1%) 감소한 927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지난해 1분기 시행된 특별퇴직 관련 비용(약 1260억원)에 대한 기저효과와 비용절감효과가 반영됐다.
하나금융 자산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1분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9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6%(718억원) 감소했고, 1분기 중 그룹 대손비용률도 0.13%로 안정 수
금융권에선 올 1분기에 금융지주 실적이 상대적으로 선방했으나 2분기부터는 실적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일호 기자 /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