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무는 공인인증서 시대 ◆
공인인증서는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신원이나 문서 위·변조 여부 확인 등을 위해 쓰이는 전자서명의 한 방식이다. 실생활에서 중요한 서류에 인감증명 도장을 찍듯 인터넷·모바일에선 이를 공인인증으로 대체해왔다. 2000~2002년에 금융결제원·코스콤·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한국무역정보통신 등의 기관이 국가 공인 인증기관으로 지정됐고, 10년 넘게 시장을 독점해왔다. 금융결제원은 인터넷뱅킹 결제, 코스콤은 증권 분야 전산 인프라, 한국무역정보통신은 무역업무 자동화 등 영역을 담당해왔다.
국가가 특정 인증 방식을 지정하자 소비자는 발급·이용 절차가 불편하고 불완전하더라도 이를 사실상 강제로 쓸 수밖에 없었다.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1년 기한이 끝나면 갱신하거나 재발급받아야 하는 등 이용이 번거롭더라도 '국가 공인'이라는 제도 탓에 새롭고 편리한 인증 기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특히 공인인증서와 짝지어 사용돼온 액티브X는 사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 액티브X란 공인인증을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했던 플러그인 기술의 하나인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플러그인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액티브X로 가장한 각종 악성코드가 퍼졌다. 해커들이 액티브X로 오인할 만한 유사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등 보안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다.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가 화두로 떠오른 건 2014년 초 '천송이 코트'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류 열풍으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의 패션 스타일이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인 구매자가 천송이 코트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하려 해도 액티브X 설치, 공인인증서 발급 등 장벽에 막혀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이 일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공인인증서 퇴출에 힘이 실렸다.
이후 문재인정부는 공인인증서 전면 폐지를 대통령 선거 공약에 포함시키며 정책을 추진해왔다. 불필요한 인증 절차를 없애는 동시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