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구잡이 부동산대책 ◆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만은 잡겠다'는 일념으로 국회가 급조한 초법적이고 과격한 부동산 정책들은 이처럼 장기적인 집값 안정조에 되레 '마이너스' 결과만 가져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21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여당은 과거 실패를 또 망각하고 조급증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지난 3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그간 종부세 합산 기준에서 배제해줬던 등록 임대주택을 다시 합산 과세 대상에 넣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소득세·법인세 감면, 장기임대주택 양도소득세 특례 혜택 등 다양한 조항을 삭제했다. 이는 이미 임대 등록을 한 임대사업들을 포함하고 있어 '소급 입법·위헌' 논란이 일어났다. 강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소급 입법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는 "이미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내란 말은 아니어서 소급 적용은 아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집을 팔지 않아 양도세·종부세 감면 혜택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새 법안 시행으로 감면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의원 설명은 일반 국민이 이해하는 '소급'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미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임대사업자들이 애초부터 세금을 토해낼 법적 근거도 전무할뿐더러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소급'의 의미는 결국 예전에 발표된 정책을 후속 입법으로 뒤집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산 대책 혼란이 이어지는 배경은 당정 협의 등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대책을 의원 입법으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통상 부동산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는 과정은 '당정 회의→확정 후 발표→정부 또는 의원 입법' 순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상 유례없이 '의원 입법→당정 협의→정부 발표'라는 역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한 민주당 내 관료 출신 의원은 "6·17 부동산 대책이 빗나갔다는 평가가 나오자 당 내부에서 '집값을 더 이상 관료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며 "당 핵심에서 관료들이 집값을 잡는 데 대한 의지와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초법적이고 과격한 국회 주도 부동산 대책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여당은 조만간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를 최대 15% 물리는 법안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하는 '싱가포르 모델'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게 시발점이다.
싱가포르 모델은 실수요자(1~4%)에게 낮은 취득세를 부과하지만, 다주택자(최대 15%)에게 추가 취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여당이 '싱가포르 모델' 자체를 잘못 이해했거나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취득세율로만 비교할 때 싱가포르가 한국(1~4%)에 비해 다주택자에게 압도적으로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싱가포르는 보유·처분 단계에서 매기는 보유세·양도세율이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
싱가포르는 주택 가격 대신 임대소득으로 보유세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임대소득으로 연간 6800만원(약 8만싱가포르달러)을 벌면 보유세로 연간 540만원 정도를 낸다. 반면 한국에서 동일한 월세 소득이 가능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약 122.3㎡형(37평형)을 보유한 경우 올해 기준으로 대략 1000만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을 팔 때 부과받는 양도세율도 싱가포르는 보유 기간이 3년을 넘으면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주택 수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1년 이상만 보유하면 4~8%의 상대적으로 낮은 과세를 하고 1년 이내에 팔 때도 최고 세율이 고작 12%에 그친다. 현재도 1주택자에게 42%, 다주택자에겐 62% 최고 세율을 적용하는 한국에 비할 바 못 된다.
현실성을 따지지 않는 국회발 부동산 대책 남발로 담당 부처들은 곤혹스
[이지용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