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급하게 시행된 임대차법이 '졸속입법'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정부가 내놓은 유권해석 한 줄이 전세시장에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의 집주인과 세입자의 사례를 더 혼란스럽게 하면서 '법없이도' 살아갈 평범한 국민들을 법정분쟁으로 몰아넣는 악법의 대표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보도설명자료(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등기일'을 기준으로 새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자료에는 '임차인이 갱신거절사유가 없는 기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소유권을 이전받은 새 집주인은 본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여기서 '새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계약갱신청구를 받았을때 등기까지 끝낸 '진짜 집주인'의 경우 거절이 가능하고, 매매계약만 맺은 '향후 집주인'은 거절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지난 7월31일 발효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에는 계약갱신청구 사유중 하나로 '집주인의 실거주'가 명시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직후인 8월 초·중순엔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집주인'이라 믿고 전세 낀 매물을 구매했다. 하지만 뒤늦게 정부가 전혀 다른 유권해석을 내면서 세입자가 요구하는 계약갱신을 거절할 자격이 없는 '반쪽 집주인'이 된 사례가 쏟아져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남근 변호사는 "새 집주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행사기간은 계약만료 6개월~1개월)할 경우 계약갱신은 '기존 집주인'을 상대로 효력을 발휘한다"며 "그리고 주택임대차법에 따라 새 집주인은 기존 집주인의 지위를 승계하기 때문에 기존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계약갱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한 새 집주인이 소유권을 이전한 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청구하게 되면, 새 집주인의 실거주가 인정된다"며 "세입자의 의사 도달 시점과 소유권 이전 등기일이 기준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 거절 사유로 집주인의 실거주가 적시됐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기반으로 새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 변호사는 "갱신거절 사유라고 단서가 달려있기 때문에 세입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법률관계가 발생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효력을 발생한 후에라도 새 집주인의 거절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해야 맞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새 집주인의 실거주 권리보다 우선시하다고 결론 내린 것은 성급했다는 의견이 많다. 심지어 지난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될 때 국회 법안심사보고서에서 법무부도 갱신거절 사유에 대해 '보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국토부와 여당이 서둘러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분쟁이 생겨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극도의 혼란상이 펼쳐질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반대로 세입자들은 집주인들의 '깜깜이 매매'에 대한 정부의 유권해석이 납득되지 않는다. 용인에 거주 중인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아무런 통보없이 새집주인과 매매계약을 마친 뒤 전세 만료 한달을 남겨놓고 새 집주인이 찾아와 나가달라고 요구한다"며 황당해 했다.
국토부는 이 경우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주인에게 매매사실을 임차인에게 고지해야할 의무가 없다"며 "이를 막으려면 세입자는 전세만료 6개월되는날 갱신청구를 현 집주인에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이 경우도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판사출신 변호사는 "사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집주인이 세입자가 전세계약갱신청구를 할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도 몰래 매매계약을 맺은 거라면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 해석에 대한 혼란이 커지면서 집주인과 세임자들은 한목소리로 부동산 시장을 혼란하게 만든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현재 3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새 집주인의
[김동은 기자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