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설계사를 보유한 한화생명이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전속 판매 채널 분리에 나섰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한화생명 전속 설계사는 1만9593명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로 새롭게 설립되는 GA 소속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이를 위해 기존 자회사형 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이달 초 합병하는 등 사전 정비 작업을 시작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1일 제판 분리를 공식화했다. 내년 3월 최종 개편을 목표로 전속 설계사 3300여 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전속 설계사가 분리되면 미래에셋생명은 보험 상품 개발, 고객 서비스, 자산 운용 등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반면 미래에셋의 기존 상품 판매는 자회사인 GA가 맡게 된다. GA이기 때문에 미래에셋 상품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타사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지난 8월 자회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시킨 신한생명은 10위권에 드는 대형 GA인 리더스금융판매 인력 4000여 명을 흡수하기로 했다. 리더스금융은 대규모 가짜 계약 문제로 지난 7월 금융감독원에서 60일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를 받은 뒤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신한생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속 설계사가 2500~30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자회사 GA 설계사 숫자가 이를 넘어서는 것이다.
신한생명은 내년 7월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해 신한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렇게 되면 서로 이질적인 두 회사의 전속 설계사가 하나로 합쳐진다. 양사는 GA를 적절히 활용해 설계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도 내부적으로 자회사형 GA 설립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 9월 KB금융 가족이 되면서 KB금융에는 기존 KB생명과 KB손해보험을 포함해 보험사가 3곳으로 늘었다. 이들 간 보험 판매에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장기적으로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순조롭게 통합하기 위해 전속 설계사를 GA로 분리해놓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이다.
보험 업계가 제판 분리에 적극적인 이유로는 판매 채널 다변화를 들 수 있다. 언택트 바람을 타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이 보험 업계에서 강력한 판매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전속 채널을 가져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속 설계사를 자회사형 GA로 이동시키기만 해도 고정 비용 중 30~40%는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문제도 보험 업계로서는 골칫거리다. 특고직에 포함되는 보험설계사도 대상인데,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고용보험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회사형 GA로 전속 설계사를 이동시키면 상대적으로 저능률 설계사에 대한 해고가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고용보험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GA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 상품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자회사로 이동한 설계사들의 로열티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성과도 높이는 인력 관리 역량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