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음식 주문과 쇼핑이 가능해진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tech)'들의 금융업 진출 때 영업행위를 감시할 각종 규제가 생긴다. 개인들의 가명 건강정보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도 활성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5차 디지털 금융협의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협의회는 업계·전문가가 제안한 62건 중 40건을 바꾸고, 15건을 장기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위는 은행에 '플랫폼 사업' 진출을 허용한다. 각종 금융 업무만 하던 은행에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금융·생활 플랫폼'이 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시중은행이 추진하는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이는 소비자가 은행 앱에서 동네 맛집을 찾아 음식을 주문·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형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상공인들은 저렴한 수수료로 매출을 올리고 빠르게 결제대금을 정산받게 된다. 음식 주문 중개 수수료는 통상 주문액의 15% 수준인데, 은행 앱에서는 약 2% 수준으로 대폭 낮출 예정이다. 은행은 매출 데이터를 확보해 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 전이라도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플랫폼 기반 혁신 서비스가 출시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빅테크의 영업행위 규제도 생긴다. 우선 금융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보험 모집·판매 관련 규제를 만든다. 보험 '모집'과 '비교 공시' '광고' 등을 나눌 기준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은 보험상품을 단순히 '광고'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경우 모집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보험대리점 허용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에 '중개 수수료' 기준도 정한다. 금융상품 대리·중개업자가 직접판매업자(금융사)에 자사나 특정업자에만 판매를 맡기도록 요구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도 금융플랫폼 규제가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객이 금융상품·서비스 내용이나 조건 등을 헷갈리게 만들거나 다른 사업자에 손해를 전가하거나 경영에 간섭하는 행위 등이 모두 금지된다.
보험 가입 전 설계사를 꼭 한 번 만나야했던 규정도 내년 상반기 완화된다. 보험사 콜센터 직원이 가입을 권유하고 상품을 설명해주면 소비자가 모바일에서 가입하는 방식이다. 휴대전화로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도 청약서·신청서 등에 일일이 서명하는 방식도 간편해진다. 고객이 중요사항을 모두 확인한 뒤 한 번만 서명하면 청약이 끝난다.
가명 건강정보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도 활성화된다. 가명정보란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와 범주화한 익명정보의 중간 개념이다. 예를 들어 '고길동, 25세, 남성'이란 개인정보를 '고OO, 20대, 남성'으로 바꾼 것이다. 보험사들은 가명 건강정보를 분석해 리스크를 책정하기 어려운 당뇨 환자 등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명 건강정보 활용방안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소수점 거래란 주식 수가 아닌 금액 단위 거래를 의미한다. 현재 국내 주식은 최소 1주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소수점 거래를
도 부위원장은 "규제의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기울어진 규제를 평평하게 하고 좁은 제도는 넓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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