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조원 이상 몸값으로 내년 유가증권시장 IPO(기업공개) 기업 중 '대어급'을 예약한 카카오뱅크가 대표 주간사를 KB증권으로 확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KB증권을 단독 대표 주관사로 확정했다. 외국계 대표주관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공동주관사로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선정됐다. KB증권과 함께 대표 주관사 물망에 올랐던 삼성증권은 당초 KB증권과 함께 공동주관을 맡기로 한 카카오페이의 IPO를 단독으로 주관하기로 했다.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두 계열사의 상장을 KB·삼성증권이 각각 공동대표 주관을 맡는 것 보다는 각사가 한 기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인력 분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 이사회에서 기업공개를 결의한 이후 숨가쁘게 주간사 선정을 진행해왔다. 지난달 10일 국내외 증권사 10여곳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이후 한달 만에 주관사단을 확정했다. KB증권은 앞서 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지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카카오 그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IPO 조직을 3개 팀으로 나눠 한팀을 IT 서비스 섹터 전담 조직으로 둔 점도 긍정적으로 비춰졌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로 선정된 증권사들은 기업가치 분석 및 투자자 모집 방안 등에 있어 현실적이면서도, 투자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 수요가 급증하면서 카카오뱅크는 올 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고객 수는 1254만명으로 지난해 1134만명 대비 11%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2분기까지 순이익만 453억원으로 지난해 한해 전체 순이익 137억원을 3배 이상 뛰어넘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지난 10월 말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주간사 선정은) 증자를 마무리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며 "사업 성장에 따라 자본을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IPO 준비 과정에는 다양한 '관전포인트'가 있어 관심을 모았다. 20조원이 넘는 큰 덩치에 '인터넷 은행 1호 상장'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증권사들이 치열한 주관사 경쟁을 펼쳤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4일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에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가 모두 참석해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그만큼 카카오뱅크 IPO를 전사차원에서 중요한 딜로 여겼다는 증거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기업가치도 그 중 하나였다. 장외시장 기준 가격(40조원 안팎)과 최근 TPG캐피탈·어펄마캐피탈 등으로부터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인정받은 기업가치(8조5800억원) 사이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PT에 참여한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20조원 안팎으로 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금융지주사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KB금융지주(17~19조원)을 가볍게 뛰어넘은 몸값이다.
카카오뱅크와 각 증권사들이 지닌 이해관계가 주간사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화두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가 카카오뱅크의 지분 33.5%를
[강우석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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