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사가 '1개월 지속형 당뇨약 개발 성공'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당일 이 회사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29.73% 급등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15.11% 급락했다. 보도자료 배포 당일에는 해당 뉴스가 1개월 지속형 당뇨약의 상업화에 다가선 것으로 해석됐다가, 이튿날 후보물질 도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영향으로 보인다.
# B사가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3상 성공적 톱라인 결과 발표'를 제목으로 한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이 회사 주가는 장중에 직전 거래일 대비 7.78% 상승했다가, 하락 전환해 5.97% 빠진 상태로 마감됐다. 4거래일 뒤 이 회사가 간담회를 열어 '임상 3상 결과 데이터가 평가지표에 미치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하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하한가까지 빠졌다가 소폭 회복해 25.59% 하락한 채로 마감됐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소위 '대박'을 노릴 수 있어서다. 실제 신약의 상업화에 성공하기 전이라도, 개발 단계 진전이나 기술수출 등 기대감을 높이는 호재가 나오면 쉽게 급등세가 연출된다.
그러나 기술수출된 신약 후보가 반환되거나, 임상시험 결과가 평가지표에 미치지 못하는 등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해당 기업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한다. 특히 호재성 소식에 과도한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이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 '개발' '승인' 등의 대상을 잘 살펴야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호재성 소식을 접하고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보는 경험을 피하려면 호재의 대상이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한다.
호재성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는 '개발' '승인' 등의 단어가 포함된다.
우선 '승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그 대상을 잘 살펴야 한다.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 시험 계획(IND)을 각국의 의약품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면 의미 있는 호재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1% 미만으로 알려졌지만, 일단 사람에게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임상 1상 단계로만 진출해도 성공 확률이 10% 수준으로 높아진다. 또 '시판 승인'은 의약품의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기존에 승인돼 시행되던 임상시험의 계획을 변경하는 경우도 승인을 받는 경우도 있다.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중 당초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의약품당국이 아닌 의료기관, 파트너사 등으로부터 받는 승인은 호재로서의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가장 자주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의미와 함께 후보물질 도출이나 신규 기술 성립의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후보물질이나 새로운 기술이 다른 기업으로 기술수출되지 않으면, 상업화돼 개발 기업에 수익을 안겨주기까지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 기술수출 호재는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규모 확인 필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의 규모는 많게는 수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기술수출을 한 회사가 당장 받을 수 있는 돈은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개발 단계 진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되는 마일스톤이다. 임상 1상 단계에서 기술수출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2상 시험계획(IND)를 승인받으면 약정된 기술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특히 후보물질 기술을 도입한 파트너사가 개발을 포기하게 되면 계약금을 반환하는 사례도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약효지속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신약 후보물질 3개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다국적제약사인 사노피에 넘기기로 하고 총액 39억유로(약 5조원)을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고 4억유로의 계약금을 받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후보물질 1개에 대한 계약이 해지되면서 1억9600만유로(약 2500억원)을 반환한 바 있다.
이후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이를 발표할 때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 상업화 성공 뒤에도 안심 못해…기존 의약품 대비 경쟁력 살펴야
신약 개발의 최종 관문인 시판 승인을 받아낸 뒤에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의료 현장에서 기존에 출시된 의약품들과의 경쟁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시판 승인을 받은 신약과 기전(약물이 몸 속에서 작용하는 원리·구조)이 같은 계열의 의약품이 이미 출시돼 있기도 하다.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 계열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는 화이자의 엔브렐(에타너셉트), 얀센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 등 다양하다.
투자했거나 투자를 고려하는 회사가 기존에 출시된 의약품과 같은 기전의 신약을 개발했다면, 해당 신약이 기존 의약품 대비 강점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미 환자들에게 처방된 데이터가 쌓여 있는 기존 의약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실제 TNF-α억제제의 오리지널약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휴미라는 환자가 집에서 자가주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이라는 점을 내세워 선두로 이 계열 의약품 시장의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 휴미라는 작년 세계적으로 약 22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1위 의약품이다.
반면 일동제약이 개발한 B형간염 치료 신약 베시보(베시포비르)는 지난 2017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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