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더듬이를 바짝 세운 '자이앤트'는 "미국 주식을 사야 하나, 기다려 볼까"하는 고민이 들면서 조정이 올지 계속 오를지 궁금해졌습니다. 뉴욕증시가 연말 랠리를 달리는 요즘, 시장에서는 '앞으로 엄청난 거품이 더 쌓일 것'이라는 의견과 '매도 시그널'이라는 반대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어요.
일단 전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은 '미국 주식을 더 사라'는 입장입니다. 블랙록의 글로벌 투자전략 부문 책임자인 마이크 파일 이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따라 경제가 회복되는 동안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면서 "실질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가 유리하며 특히 미국에는 기술·헬스케어 분야 성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우량기업이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발언은 17일(현지시간)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 주관으로 열린 제32차 뉴욕 국제금융협의체 온라인 세미나 '2021년 글로벌 투자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왔는데요.
↑ 왼쪽부터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차기 재무장관 지명자' 재닛 옐런 직전 연준 의장·벤 버냉키 이전 연준 의장 [사진 = 2019년 CNBC 영상 캡처] |
내년에 '거대한 거품'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요즘 증시 상승세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조 바이든 차기 정부에서 전·현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제 '투톱'으로서 엄청난 돈을 시중에 풀 것이라는 예상에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내년에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임에도 우려가 섞인 의견입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퀸스 크로스비 시장 최고 전략가는 17일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미 노동 시장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해왔고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노동 경제학자"라면서 "아마 연준은 아주 비둘기파 입장에 서서 인플레이션을 더 지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앞으로 돈이 시중에 더 풀릴 것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시중에 꾸준히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주식 시장이 질주하면 사람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위험 자산(주식)에 투자하게 됩니다. UBS 증권의 마이클 그린리 선임 포트폴리오 관리자는 "자금이 여전히 경기 민감주 위주로 단기 이동할 것"이라고 봤는데요. 다만 코로나19 사태 속 로빈후드(주식 중개 수수료 무료 앱)를 발판삼아 등장한 미국 청년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장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인데 앞으로 시중에 돈이 꾸준히 풀린다면 이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계속 매수에 나서 주가가 빠르게 급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노르디아 자산관리의 세바스티안 갤리 거시 전략가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16일 날 보고서를 내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증시가 현실과 괴리됐다고 보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증시는 엄청나게 이상하게 움직일 것이며 앞으로도 비이성적인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주식 시장은 거품 아니다'는 연준 입장은 사실 전부터 언급된 부분입니다. 또 FOMC 대다수 위원들은 오는 2023년까지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0.00~0.25%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날 파월 의장은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아니며 경제 회복세가 둔화된다면 연준은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해서 추가로 돈을 더 풀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연준 목표는 '물가안정·고용안정·경제성장'입니다. 한국은행과 달리 고용안정이 목표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직인 파월 의장도 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강조해왔습니다. 바이든 차기 정부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옐런 전 의장은 확장 재정을 통한 내수(소비와 투자 등) 자극 경기 부양을 선호해 '새 케인스 학파'로 분류되는 전문가입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4년 2월~2018년 2월 연준 의장을 지냈는데 재임 당시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매우 천천히 조금씩 높이는 '베이비 스텝'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요즘 미국에서는 주식 시장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과열 조짐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초저금리 상황이다보니 사람들이 모기지론(미국판 주택담보대출)을 발판삼아 내집 마련에 나선 영향입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재무부 발행 10년 만기 국채가 최근 몇 주 동안 1.0%을 밑도는 0.9%대 수익률을 그리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경제가 가열되고 있다는 잠재적인 신호라고 풀이합니다. 10년물 수익률이 1%가 안되는 지금의 현상은 연준이 10년·30년만기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이 푼 결과입니다.
세인트 루이스 연방은행 자료를 보면 최근 펀드사들 현금 보유액은 총 2.85조 달러로 2월보다 24%나 많습니다. 다만 펀드사들의 포트폴리오 상에서 현금 비중이 줄어들어든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증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매도 시그널이 떴다'는 의견이 눈에 띕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지나치게 많이 증시에 몰렸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연구원은 "최근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투자자들의 이번 달 현금 보유 비중이 평균 4.0%로 떨어졌다"면서 "이는 매도 시그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그는 "과거를 보면 현금 비중이 4.0%이하로 떨어지는 바로 다음 달에 S&P500지수가 평균 3.2%떨어졌다"면서 "특히 이달 투자자들이 가치주·신흥시장 주식을 중심으로 주식 매수에 돈을 이미 많이 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BofA는 내년 1분기가 되면 백신주와 경기 순환주로 불리는 건설·기계 등 산업재를 팔고 에너지 주식을 사라는 의견인데요. 특이하게도 미국 달러 강세를 예상하면서 신흥국 주식 약세를 점치고 있기도 합니다. 블랙록과 반대되는 입장입니다.
현재 S&P500은 지난 3월 23일 저점 대비 63%이상 오른 단계입니다. BofA 글로벌리서치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뉴욕증시 패닉장이 펼쳐진 3월 기관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은 6%까지 올랐는데 이후 연준과 정부 돈풀기 덕에 증시가 빠르게 회복했고 투자자들도 매수에 나서면서 현금 비중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달(4.1%)에 이어 이번 달(4.0%) 현금 보유 비중은 4%미만이던 2월 이후 최저치라고 합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주식 거래 중개업체들 현금 잔고 비중이 지난 8월 21%에서 11월에는 12%로 떨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대기성 자금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인데, 시장에서 빠져나가서 그렇다기 보다는 주식을 매수 하느라 현금을 썼다는 해석입니다. 캐너코드 증권은 "현재 S&P500 포함 기업들 76%가 50일 이동평균선보다 높은 가격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어 극단적 과매수 상태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거품이든 아니든 어쨌거나 월가에서는 전반적으로 내년 증시 분위기가 좋을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