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신년기획 REbuild 디지털금융 ① ◆
이처럼 고객을 본인보다 더 잘 아는 로봇이 자산 관리를 대신해주는 시대가 본격화됐다. 로봇과 투자전문가(어드바이저)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이 시대를 대변하는 언어가 됐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이 대세가 됐고 △창구에서 직원을 통해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것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데다 △최근 1년 실적까지 대박을 터뜨려 '흥행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3곳, 파운트, 에임, 디셈버앤컴퍼니, 두물머리 등 핀테크 4곳을 모두 포함한 로보어드바이저 '빅7'이 운영하는 자산 규모는 총 2조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민은 올해 신규 가입 금액, 핀테크 업체들은 9월 말 현재 기준이다.
이는 작년 9월 말 7곳이 굴린 자산(6563억원)보다 1년 새 3.2배나 급증한 수치다. 앞서 하나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2025년까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3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빠른 성장은 로봇이 자산관리 시대의 대중화를 열었기 때문이다.
노현곤 국민은행 데이터기획부장은 "과거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금융상품 정보를 일대 다수로 고객에게 제공했다면 최근에는 자산별로 고객을 세분화해 자산관리가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비대면 서비스 앱이 크게 늘어나면서 투자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소액으로 각종 펀드는 물론 IRP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까지 가입해 로봇이 추천해주는 대로 투자를 할 수 있다.
특히 신한 쏠리치는 퇴직연금 자산관리에 특화돼 있는데, 이 프로그램 중 하나인 '글라이드 패스'는 지난 9월에 특허 출원이 완료됐다. 글라이드 패스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그리는 경로를 뜻하는데 고객의 은퇴 시점 기준으로 젊었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지면 주식 비중을 낮춰 운영하는 방식이다.
로봇 PB들은 성과도 탁월하다. 50만원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국민은행 케이봇쌤이 추천하는 펀드 포트폴리오는 2018년 11월 이후 이달 15일 현재 누적 수익률이 22.28%에 달한다. 대부분 국내외 주식형 펀드로 구성돼 있어 고위험·고수익 추구 고객에게 적합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월 10만원에 가입 가능한 신한 쏠리치는 '공격투자형'을 택한 고객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이 11.53%에 달했다.
채권형 펀드가 포함돼 기대 수익률이 낮은 편인 하나은행 하이로보의 '다이렉트 알파' 포트폴리오(안정추구형)의 최근 1년 수익률도 8.22%로 우량한 편이다.
올해 주식 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쏠리치 이용 고객 중 30.2%가 공격 투자형으로 분류됐다. 로봇 PB들이 2030 젊은 층의 금융 투자 수요를 대거 흡수하면서 경쟁자 격인 증권사 펀드매니저들은 갈수록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테크 시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지역과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관련 서비스가 확산하면 '자산 쏠림' 현상이 강한 국내 투자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