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신년기획 REbuild 디지털금융 ① / 불붙은 디지털 금융빅뱅 ◆
↑ 신한은행 서울 서소문지점에 설치된 디지택트(디지털+콘택트) 지점에서 한 고객이 영상으로 상담 직원에게 적금 상품 가입을 문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국내에선 주로 네이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전날 밤 주문한 채소와 고기가 새벽에 도착해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쌓였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가끔 직접 나가서 상점에 들러도 사람을 마주칠 일은 없다. 물건만 들고 나오면 자동 결제되고, 포인트가 쌓인다. 5년 전 갖고 있었던 국내 돈과 달러는 지속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가상화폐로 바꾸는 데 주력한다. 다음달 국외 휴가 계획을 스마트폰에 입력하니 자동으로 디지털 보험사가 추천하는 여행보험이 뜨고 이를 클릭해 여행 계획까지 마친다.
금융의 가까운 미래 속에는 실물 통장이나 신용카드, 금고에 쌓아둔 현금 같은 개념 자체가 사라진다.
개인과 기업의 예금, 대출, 환전 등 금융 전반을 관리했던 전통 은행들은 기업의 실물 자산이나 개인의 주택담보대출 영역에만 집중하는 소규모 은행 점포로 전락한다. 대신 오프라인 점포 인력을 AI로 대체하고, 상거래 고객 정보 등 빅데이터에 집중한 일부 은행과 핀테크 기업, 아마존 등 메가 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은행들이 변화의 중심에 설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미래상은 최근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가까운 미래 시나리오'나 시중은행 자체 보고서 등에서 이미 목격된다.
최근 방문한 신한은행 서울 서소문지점 속 디지택트(디지털+콘택트) 지점에는 마스크를 쓰고 마주할 상담 직원이나 귀찮은 종이 서류,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기다림이 없었다. 지난달 말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문을 연 이곳은 한 부스당 6.6㎡(약 2평) 남짓 크기로 대형 스크린과 영상 상담용 카메라, 키패드, 손바닥 정맥인식 장치, 신분증·인감 스캐너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 데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선 예·적금과 청약통장 개설은 물론, 신용·전세·주택담보대출 상담 업무까지 가능하다. 스크린에 떠 있는 상담 직원은 약 500m 떨어진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스크린의 화질이 워낙 선명하고 안내 서류에서 중요한 점은 화면에서 줄을 치면서 안내해줘 바로 옆에서 대면으로 상담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즉석에서 통장을 만들어보니 신분증 투입·확인, 상품 설명, 신청서 서명, 통장 출력까지 5분 만에 끝난다. 일반 지점에서 걸리는 시간(10분)의 절반 수준이다.
강성구 신한은행 채널전략부장은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낯선 고령자들도 (이 지점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신한이 자체 제작한 디지털 데스크는 얼마든지 크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지점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 앞으로 비대면 금융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디지택트 지점을 내년에 전국 2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돈암지점엔 스마트(똑똑한) ATM(현금출납기)이 있다. 통장이나 카드, 비밀번호 없이 손바닥으로 현금 출금이 가능하다. 이른바 '손으로 출금 서비스' 절차는 '신분증 투입→정맥 정보 제공 동의→휴대폰 인증번호 입력→정맥 인증 모듈에 손바닥 올려 정보 등록'으로 5분이면 충분하다. 한 고객은 "커다란 스마트폰을 상대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수가 오픈 1년 만에 150만명을 돌파했고, 고령 친화적 금융으로 발돋움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 이용자 중 30%가 60대 이상 고령자"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미래는 한국이 아닌 중국 핑안(PingAn)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보험사 가입자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청구한다. 고객이 직접 사고 차량 사진을 올리면 AI가 3분 안에 수리 견적을 보여준다. 고객이 견적서를 수락하면 보험금 지급까지 비대면으로 끝난다.
국내 보험사 중 한화생명은 보험금 심사 절차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AI가
이처럼 생활과 연결된 금융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고, 고객들은 점점 더 편리한 서비스를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에 대한 열망은 비대면과 금융 정보의 집중화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문일호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