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난 밤 뉴욕증시는 미국 부양책 합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불안감 속에 움직였습니다. 백신과 부양책은 이미 예상됐던 호재여서 큰 희망을 주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 21일(현지시간) 오후 델라웨어주 뉴왁 소재 의료시설 크리스티아나 케어에서 화이자·바이오앤테크 공동 개발 백신을 맞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출처 = 페이스북 생중계 동영상 캡처] |
이런 저런 소식이 많았던 간 밤 소식을 이렇게 들고와보았어요.
1. 테슬라 S&P500 입성한 날…'애플, 2024년 자율주행차 출시' 소식
2. 연말 락다운 리스크 속 시장 공포↑…'석유왕' 록펠러 재단 결별 선언 겹쳐 정유주↓
3. '중국 제재는 ing' 美 상무부, 中우주·항공산업 제재…'워런 버핏'의 버크셔도 긴장
◆테슬라 S&P500 입성한 날…'애플, 2024년 자율주행차 출시' 소식
↑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애플은 오는 22일(현지시간)부터 팔로알토 소재 매장(사진) 등 캘리포니아 주요 지역 매장을 임시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자율주행차 개발 소식이 나오면서 21일 주가가 올랐습니다. [사진제공 = 애플]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가 늘 의식해온 애플이 결국 테슬라와의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식이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중에 나오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 1위' 종목인 테슬라(TSLA)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6.49%떨어져 주당 649.8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간 차익 실현 물량이 집중된 여파이기도 합니다. 반면 '매수 2위'인 애플(AAPL)은 1.24%오른 128.23 달러로 마감해 엇갈리는 흐름을 보였는데요.
↑ 테슬라(왼쪽)와 애플의 최근 5거래일간 주가 흐름 [그래픽 = 구글] |
애플은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3차원으로 볼 수 있도록 라이더 센서를 적용하기 위해 최근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합니다.
라이더 센서는 올해 나온 아이폰12프로와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 자율주행 자동차 설계 작업을 해왔고 2018년에는 테슬라 출신 더그 필드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맥북과 아이폰이 주력이었던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려면 자체 제작이 힘들어 협력업체를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있는 데다 애플이 업종을 추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자율주행차는 2025년 이후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딸려나옵니다. 프로젝트 타이탄에서 일했던 한 전문가는 "지구상에 이 프로젝트를 현실화할 수 있는 자원을 갖춘 회사가 있다면 애플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사업은 휴대폰 사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연말 락다운 리스크 속 시장 공포↑…'석유왕' 록펠러 재단 결별 선언 겹쳐 정유주↓
↑ 엑손모빌·옥시덴털 등 미국 주요 정유주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NRGU) 1달 흐름. 코로나19 락다운 위기와 더불어 '석유 왕' 존 D. 록펠러가 설립한 록펠러 재단이 공식적으로 '화석 연료 투자와의 이별'을 선언하면서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정유주 주가도 떨어졌습니다. [그래픽 = 구글,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이 환상처럼 느껴진 유럽의 봉쇄 강화. 월가 전문가들은 연말 시장이 산타랠리 모드라기보다는 다소 불안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례로 메디오라눔 인터내셔널 펀드의 브라이언 오레일리 시장 전략가는 "조용한 연말 휴일 거래 속에 증시가 일부 되돌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식당 예약 등 실물 데이터가 경제 둔화 상황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는데요.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6.64% 급등한 25.16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의회가 "9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 부양책(미국 시민 1인당 600달러·추가 실업금여 지원 등)에 합의했으며 곧 통과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냈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다음 주부터 현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날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1월 미국 전국 경제활동지수가 0.27로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배럴 당 50달러' 돌파와 함께 한동안 오르는 듯했던 원유 가격과 항공주 주가가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이날 영국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는 브렌트유 2월물이 전날대비 4%떨어져 50.16달러에 장중 거래됐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미국 서부산 텍사스유(WTI) 2월물이 2.78%떨어진 47.8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증시에서는 WTI 시세를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USO, -2.51%)가 고전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당주'로 인기 많은 엑손모빌( XOM, -1.83%)을 비롯해 옥시덴털페트롤리움(OXY, -5.67%), 마라톤 오일(MRO, -2.67%) 주가가 떨어지면서 이들 기업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마이크로섹터스 US오일인덱스 3X 레버리지'(NRGU, -7.58%)도 급락했습니다.
네덜란드 계 로열더치셸(RDS.A, -4.72%)도 낙폭이 컸는데요. 이날 회사가 "올해 4분기(10~12월)에도 세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자산가치가 최대 45억달러(5조원)어치 사라질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이 줄줄이 주식을 내다 판 결과입니다.
원유·항공·숙박업은 경제 회복 기대감에 따라 뜨고 지는 대표적인 업종. 이날 유나이티드항공(UAL, -1.53%)과 델타항공(DAL, -1.33%) 주가가 떨어지면서 이들 기업을 담은 ETF 'US글로벌 제트'(JETS, -2.31%)도 고전했습니다. 네덜란드 계 로열더치셸(RDS.A, -4.73%)은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는데요. 이날 회사가 "올해 4분기(10~12월) 실적도 3분기에 이어 매우 저조해 세 분기 연소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아마도 자산 가치가 최대 45억달러(약 5조원) 줄어들 것 같다"고 밝혀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선 결과입니다. '세계 최대 크루즈업체' 카니발(CCL, -1.86%)과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MARS, -1.16%), 파크 호텔&리조트(PK, -1.76%) 등 관광·숙박 업체들도 표정이 밝지는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지만 코로나19 변종(VUI-202012/01)이 영국에서 유행하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수도 런던 등 일대 락다운(4단계 이동 제한)을 선언했는데 이탈리아 등 유럽 각 국이 줄줄이 방역 강화 조치에 들어간 여파입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70% 더 크고, 재생산지수도 최대 0.4 높은 변종 바이러스 유행에 대해 2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절성 독감보다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속도가 느리다"고 언급했습니다. 돌연변이가 너무 자주 일어나서 매년 백신을 추가 개발해야 하는 독감과 달리 코로나19는 현재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는데 사람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원유·정유주 투자하시는 분들이라면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도 생각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단기 시세 급변 피로감을 넘어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19일 '석유 왕' 존 D. 록펠러가 설립한 록펠러 재단이 공식적으로 '화석 연료 투자와의 이별'을 선언했는데요. 107년 역사를 자랑하며 50억 달러의 기금을 굴리는 록펠러 재단의 라지브 샤 대표는 이날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는 우리의 희망이자 열망"이라면서 "화석 연료는 이제 우리 경제와 경제 성장 장기적 측면에서 필요하지 않고 미래에 해를 끼지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우리의 투자는 상당히 빠르게 제로(0)에 도달할 것이며 태양광 발전같은 신 에너지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록펠러 재단은 한 때 미국 석유 시장 90%를 점유한 스탠더드 오일 수익금으로 만들어진 회사이고 엑손모빌이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번 록펠러 재단의 발표는 몇 주 전 2260억달러를 굴리는 뉴욕 주 연금기금이 "5년 내 화석 연료 투자를 끝낼 것이며 오는 2040년까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한 다음에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화석 연료에 기반한 원유·정유주 부문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습니다. 분석업체 레이먼드제임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관 투자자들이 화석 연료 투자 비중을 줄였는데 이들 기관이 관리하는 자금이 18조달러 규모라고 합니다. 앞서 2015년에는 화석 연료 비중을 줄이겠다고 한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규모가 3조 달러였는데 ESG 투자를 하겠다는 자금이 5년 새 6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 '중국 제재는 ing' 美 상무부, 中우주·항공산업 제재…'워런 버핏'의 버크셔도 긴장
↑ 1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과 러시아 군 관련 기업과 미국 업체들의 상품·기술 거래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무역 제재 블랙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출처 =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트위터] |
지난 주 18일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와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SZ DJI(다장) 테크놀로지 등 중국 업체 60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지 사흘 만에 추가된 셈입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일단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중국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어서 미·중 갈등 여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번 블랙리스트에서 중국은 대부분 우주·항공 분야 기업들이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장 지역 위구르 인권 학대 관련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SC) 신장 조선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AVIC 산하 7곳과 중국항공엔진그룹(AECC) 산하 8곳, 항천고체추진기술연구원(AASPT) 등입니다.
AVIC는 중국 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와 함께 중국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두 축이라고 합니다. 뉴욕증시 상장 기업 중에서는 제네럴일렉트릭(GE)과 허니웰(HON)이 AVIC와 합작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블랙 리스트는 미국이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중국·러시아·베네수엘라 군을 겨냥한 것으로 상무부가 '군사 최종 사용자' 정의를 폭넓게 해석해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