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18일(17:10)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한진중공업의 새 주인이 동부건설 컨소시엄으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컨소시엄은 채권단협의회 동의를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된다. 시장에선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데 이변이란 반응을 내놓는다. 산업은행의 출자로 설립된 KDBI인베스트먼트가 입찰에 뛰어든 만큼 유력 후보가 내정되어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 입장에선 줄기차게 언급되던 '셀프 매각'을 불식시키는 계기도 마련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두산인프라코어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KDB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선정하며 논란을 자초했었다. "아버지가 파는 것을 아들이 사는 격"이란 비판도 잇따른 바 있다.
지난 17일 한진중공업의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NH·오퍼스 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이하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와 동시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정하고자 채권자협의회 소집을 요청했다. 채권은행은 다음주까지 검토한 뒤 다음주께 안건에 대한 표결에 참여할 에정이다.
시장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들을 설득하는 일련의 과정이 남아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바인딩 오퍼)이 채권단 기대치보다 낮아 시중은행들이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매각은 거래 초창기부터 '셀프 매각' 논란으로 얼룩졌다.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I인베스트먼트가 케이스톤파트너스와 손잡고 입찰에 뛰어들어 내정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앞서 진행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현대중공업-KDBI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정해지자, 한진중공업 거래 역시 케이스톤-KDBI 컨소시엄으로 기울었다는 추측이 무성했던 것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거래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산업은행 역시 내부적으로 셀프논란을 상당히 의식하며 공정한 결과를 이끌고자 노력한 편"이라고 말했다.
반전을 이뤄낸 건 한국토지신탁이었다.
한국토지신탁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동부건설을 주체로 내세웠다. 당장 현금동원력이 크게 풍부해졌다. 올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동부건설(752억원)과 한국토지신탁(2253억원)의 가용 현금성자산은 총 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탄탄한 건설사를 전략적투자자(SI)로 내세워 남다른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이같은 행보는 한진중공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청사진과도 맞닿아 있다.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영도조선소 부지를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향후 턴어라운드의 관건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 시공능력 평가'에서 동부건설은 전년 대비 15위 오른 21위였다. 다양한 개발사업 경험을 갖추고 있어 매각 측 입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재무적투자자(FI)인 NH-오퍼스 PE는 기업재무안정펀드 잔여 자금(약 1000억원)을 소진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신탁은 후순위 출자자(에쿼티)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게되는 구조가 유력한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략적투자자(SI) 없이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으로만 꾸려진 곳보다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같은 대기업들이 가져가는 게 논란이 적을 수 밖에 없다"며 "부산 지역의 정치적 이슈와도 맞물려 있어 우선협상자를 쉽사리 선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매각으로 항간에서 언급된 셀프 매각 이슈를 불식시켰다. 입찰 과정에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는 게 불공정하지 않다는 걸 증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셀프 매각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산업은행도 스스로 엄격해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딜이 '팔이 안으로 굽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