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A씨의 스마트폰 마이데이터 애플리케이션에서 알람이 왔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은행 신용대출 이자 납부일과 금액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달 이사로 목돈이 들어가면서 A씨가 제때 이자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A씨는 마이데이터 앱에 도움을 구했다. 앱은 A씨 자산과 소비 습관을 분석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연체 등 다양한 시나리오 가운데 A씨에게 유리한 방법을 알려줬다. A씨는 앱 추천대로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는 보험계약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냈다. 내년 2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융소비자는 은행 대출 정보와 카드 결제 내역, 보험금 납입 내역 등 전 금융사에 흩어진 본인 정보를 앱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다. 본인 입맛에 맞는 대출·카드·보험 등 각종 금융상품도 추천받는다. 그동안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 서비스'가 모든 금융소비자로 확대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등 21개사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줬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예비허가를 받은 기업은 은행 4곳(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여신전문금융사 6곳(신한·KB국민·현대·우리·BC카드·현대캐피탈), 핀테크 기업 8곳(네이버파이낸셜·레이니스트·보맵·핀다·팀윙크·한국금융솔루션·한국신용데이터·NHN페이코), 미래에셋대우, 농협중앙회, 웰컴저축은행 등이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과정에서 △자본금 5억원 이상 △충분한 보안설비 △소비자 보호체계 마련 △건전한 재무 상태 △데이터 산업 이해도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 이번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21개사는 내년 1월 말 본허가를 받는다.
금융에서 시작된 마이데이터 앱들의 지향점은 '생활 금융 플랫폼'이다. 금융상품 비교·추천에서 시작하지만 쇼핑·건강·여행·취미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금융 정보를 끌어모으려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보를 제공받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가 고민이다. 우상수 신한카드 마이데이터사업추진단장은 "마이데이터가 사업자들 중심으로 논의되고 정작 '금융 소비자'가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어떤 유인책을 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
이번 예비허가 심사에서 미끄러진 카카오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 등 8개사는 내년 1월 중순께 다시 도전한다. 그 외에 허가 요건 보완이 필요한 기업은 뱅큐·아이지넷·쿠콘·핀테크·해빗팩토리·민앤지 등이다. 지난달 신청한 SC제일은행과 SK플래닛도 내년 예비허가 심사 대상이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