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진 박 모씨. 대출을 받으러 KB국민은행에 간 그는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내년 1월 3일까지 '2000만원 이상의 신용대출은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 보통 직업, 소득 등의 신용정보를 토대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은 연봉의 2배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최대 한도가 2000만원도 안되는 건 사상 초유의 사태다. 박 씨는 "평소 신용관리도 잘했고, 현금대출·할부·마이너스 통장도 사용한 적이 없는 터라 이 정도 금액의 신용대출도 안되는 것이 매우 당혹스러웠다"면서 "영끌 등으로 요즘 가계대출 받기가 힘들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또다른 은행 방문자 이모 씨는 "코로나19로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대출 차단' 정책은 청천벽력 같은 통보"라며 "대출을 일괄적으로 무대포 식으로 막아 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국민은행측은 "내년 1월 4일 이후 실행하는 대출이나 KB사잇돌중금리대출·KB새희망홀씨Ⅱ·KB행복드림론Ⅱ 등은 대출 승인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대출규제에 은행 창구를 찾은 고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민은행보다 대출 문턱을 더 높였다.
이 은행은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6영업일 동안 거의 모든 신용대출 신청을 아예 받지 않는다. 이미 지난 15일부터 직장인 대상 주력 비대면 상품인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 사실상 대면·비대면 신용대출에서 모두 손을 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만 긴급 생활안정자금은 예외적으로 본부 승인심사를 거치면 가능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증가에 따른 건전성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서 "내년 1월1일부터 가계대출은 정상 운용된다. 고객 불편함이 최소화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직장인 고신용자 대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중단 했으며 우리은행도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은 연말까지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 전세대출 모집도 막고 있다. 대출 상담사는 카드 모집인과 비슷하게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나은행은 오는 24일부터 모바일 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판매 중단한다. 또 지난 22일부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과 주택신보 전세자금대출 등 일부 주택담보·전세대출의 감면금리(우대금리)를 0.3%포인트 축소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혼합금리모기지론·혼합금리아프트론은 현행 금리 혜택이 1.1%포인트에서 0.8%포인트로, 주택신보 전세대출은 0.5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낮아진다. 우대금리가 축소되면 결국 차주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는 그만큼 올라간다. 아울러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압박한데 더해 은행마다 리스크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 역시 대출을 옥죌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다"면서 "코로나발 정부 금융지원으로 대출원금상환과 이자 납입이 미뤄져 당장 건전성 지표엔 지장이 없지만 내년부터 대출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11월 4조8495억원으로 급증했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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