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1가구 1주택법'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1가구 1주택 보유·거주 △무주택자 및 실거주자 주택 우선 공급 △주택의 투기목적 활용 금지 등의 '주거 정의 3원칙'을 주거기본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진의원은 이미 지난 7월 이미 '부동산 민주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있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처럼 '주자유택(住者有宅)' 개념을 제시했다. 집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집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진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가구 다주택 소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혀 아니라 이 원칙을 주택정책의 큰 방향과 기준으로 삼도록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벌 조항 등 강제 규정은 없지만, 통과될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기존 규제를 뛰어넘는 고강도 규제를 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진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 주택소유의 불평등 구조를 들었다. 우리나라 전국 주택수가 20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해 주택보급률이 73.9%에서 104.2%로 늘었지만 자가점유율은 53.5%에서 58.0%로 4.5%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1주택자 수가 2012년 104만명에서 2018년 118만명으로 13.7% 증가하는 동안 다주택자수는 16만명에서 22만명으로 34.4%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주택소유 불평등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맞는다. 하지만 국민이 모두 내집 한 채씩 장만하는 유토피아가 현실세계에서 가능할까. 당장 법안 공동발의 의원 12명중 2명이 다주택자라고 한다. 이에 대해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국민도 지방발령, 형제 공동소유 등 1가구1주택을 따르지 못할 숱한 사연이 있다.
'1가구 1주택'을 법으로 못박자는 것부터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도를 넘은 주장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엄포를 놓는 것이나, 장·차관 자격 판단 1순위가 '다주택자가 아닐 것'이 된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정부 의지이니 받아들 일 수 있다. 그러나 전국민에게 1주택자가 될 것을 법에 명시하는 것은 엄연한 사유재산권 침해다.
일각에서는 "공산주의냐"는 반발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이념 논쟁을 떠나 모두가 '1가구 1주택'이 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실질적인 문제가 많이 벌어지게 된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팔도록 유도한다고 해도 거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대출도 막힌 상황에서 집값과 전월세 가격 격차를 고려할 때 구입이 가능한 이들이 많지않을 수 있기때문이다.
전월세를 살고자 하는 수요는 어떻게 충족시켜줄 것인가. 다주택자는 정부에 의해 투기세력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전월세 세입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임대인이다. 자가보유율이 58%(2018년)인 점을 감안하면 10명중 4명은 남의 집에 전월세를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임대 물량의 약 90%를 민간이 공급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민간 주택에서 전월세를 사는 중산층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민간에서 공급하는 임대가 없어지면 정부가 토지임대부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임대로 다 공급할 수 있겠는가. 세입자들이 주거질이 떨어지는 공공임대는 싫고 민간임대에 살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1가구 1주택의 부작용은 루마니아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1970~80년대 공산주의 정권에서 1가구1주택을 시행했던 루마니아는 이후 정부가 소유한 주택을 싼가격에 국민에 판매했다. 2018년 현재 자가보유율이 96.4%에 달하지만 모두 집이 있으니 집을 팔고 사기 어렵고, 이주나 분가를 해도 집을 구하기 어렵다. 건설산업이 활력을 잃었고, 경제성
국내 주택 건설산업에도 재앙에 가까운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모두가 1주택자가 돼 자가보유율이 100%에 근접하게 되면 더 이상 집을 지을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관련 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들이 속출할텐데 법안을 밀어붙일 것인가.
[심윤희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