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집을 알아보던 김 모씨(38)는 집을 둘러보지도 못한 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자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가 집에 들어오는 걸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신발을 벗지 말고 현관에서만 집을 보라고 해 당황스러웠다"며 "딸이 곧 대학 면접을 본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최근 호가가 계속 올라가는 집이라 집도 다 보지 못한 채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시작되면서 집을 봐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 문의는 많이 오지만 매수 의향자가 집을 보러 오는 걸 꺼려서 애로가 많다"며 "특히 세입자가 집 보여주기를 거절하는 일이 많아 구매자들 불만이 많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심각해 집주인도 굳이 세입자와 얼굴을 붉히면서 집을 보여주라고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세입자의 집 안 보여주기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나타난 현상인데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집주인도 굳이 세입자와 충돌을 빚기보다는 집을 보여주지 않은 채 계약을 강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익명의 전문가는 "현재 시장 분위기가 매도 우위라 집주인이 매수자에 비해 아쉬울 게 없다"며 "특히 현재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은 이들이 변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다면 매도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으니 세입자를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결국 을 입장에 처한 매수자만 집을 보지 못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에 몰린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늘면서 지난 3~4월 거래 절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차 유행이 본격화한 3월 거래량은 직전 달에 비해 반 토막 났다. 2월 8280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월 4411건으로 급감한 것이다. 거래 절벽은 4월에 더욱 심해져 3025건으로 떨어졌다. 당시는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최대 900명대였고 주로 300명대에
현재는 확진자가 일평균 1000명을 넘어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질 수 있다. 12월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636건인데 11월 6149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고 기한이 한 달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말 정도는 돼야 거래량 증감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