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출판 업계에 따르면 진 행장은 최근 일본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의 책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을 번역해 출간했다. 은행장 선임 이후 '고객 중심주의'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의 가치'에 대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찾던 중 마땅한 책을 찾기 힘들자 본인이 직접 원서를 번역한 것이다.
책을 번역하는 데는 근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 틈틈이 짬을 내 책을 번역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현인의 통찰과 지혜를 접하며 느끼는 희열로 충분한 보상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 행장이 사용한 필명인 '한원'은 큰딸과 작은딸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 그는 평소 회사 일만큼이나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 행장은 평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서량 자체도 많지만 책 한 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심독(深讀)을 즐긴다. 그가 읽은 책은 항상 밑줄과 메모로 가득 차 있다.
진 행장은 20년 가까이 일본에서 근무하며 버블 붕괴로 거시경제 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지키는 중소 제조업체를 많이 목격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상인 철학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시다 바이간의 핵심 사상은 '도덕 없이는 시장도 없다'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근면과 검약, 정직 등의 가치를 지키고 시장에서 정당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 행장이 번역한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은 올바른 상행위가 이뤄지는 환경,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도덕적인 경제 주체들의 활약으로 공생의 경제 질서가 만들어지고 지속가능한 부의 창출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 행장은 동양의 애덤 스미스라 불리는 이시다 바이간의 통찰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1988년 신한은행 신입행원 연수를 담당할 당시 교육 테마를 이시다 바이간의 저서 '도비문답'에서 강조한 '상인의 도(道)'로 정했다. 진정한 상인은 상대방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그의 철학을 반영해 신한은행은 당시 낯설었던 고객만족(CS)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영업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진 행장은 지난해 초 취임하면서 신한은행이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첫 번째로 지켜야 할 가치는 고객임을 강조해왔다. 금융권에 만연한 '성과 중심 영업 문화'를 타파하고 '과정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부터는 '같이 성장 평가 제도'를 도입해 성과 평가 제도에 고객 관점을 도입했다. 은행 직원들과 영업점에서 연초 제시했던 영업 목표를 연말까지 얼마나 달성했는지 살펴보는 정량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과정의 정당성'까지 감안한 이행 과정 평가로 전환한 것이다. 진 행장의 이러한 경영철학은 그가 번역한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과 큰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진 행장은 책 내용 가운데 가장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으로 '검약'을 꼽았다. 돈이나 물건,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쓰는 '검약' 실천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길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지난 2년간 고객 중심 경영철학을 갖고 다양한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