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build 디지털금융 ④ ◆
크로퍼드 씨는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다만 슈퍼에서 꼭 물건을 사야 현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한 점은 불편하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크로퍼드 씨는 슈퍼에서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계산대에서 ATM을 사용하듯 현금을 인출할 수 있게 된다. 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디지털 격차' 해소를 금융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고령층과 취약계층 등 디지털 금융 소외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적극 펼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지난해 상점 계산대에서 소비자가 인출한 현금은 총 38억파운드(약 5조6000억원)를 기록해 ATM 다음으로 많다.
영국에 앞서 디지털 금융 소외자를 위해 현금에 대한 접근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한 곳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지난 1월 모든 은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예금·인출 등 현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발효했다. 이는 과거 스웨덴 정부가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전력 질주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정책 변화다. 스웨덴은 은행 지점 절반 이상이 현금을 받지 않고 대다수 상점에서도 현금 대신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모바일 간편송금·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인 '스위시(Swish)'만 받는 가게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핀테크에 익숙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결제의 자유도 침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유럽 전체적으로 봐도 고령층이 주로 의존하는 은행 지점이 급감하고 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8개국 은행 지점은 총 17만4000개로 전년 대비 약 5.6%(1만개) 줄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2008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총 27%(6만5000개)나 사라졌다
미국은 2011년 소비자금융보호청(CFPB) 내 '고령층 금융보호실(OFPOA)'을 설치해 고령층 금융 소외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디지털 격차를 포함한 고령 투자자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고령 투자자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윤원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