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추기자] 2020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시작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끝났다. 코로나19는 산업, 경제, 문화, 사회 등 일상에 침투해 거의 모든 것을 뒤바꿨다. 그중 자본시장에선 '동학개미운동'이란 21세기형 개인 주도 혁명이 이뤄지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로부터 시작된 개인 주도 투자 전쟁은 결국 2020년 종가 기준 역대 최고점의 코스피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동학개미들의 무대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향하며 서학개미운동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창출해냈다. 이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누비는 국내 투자자들의 보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흰 소의 해 '신축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투자자들의 목표와 결심이 새로 다져질 가운데 지난 한 해 주식시장을 숫자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역사상 찾아볼 수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유행과 이와 고군분투한 한 해. 자본시장에서도 이런 치열한 투쟁과 투자의 결과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 2020년을 뒤돌아보고 보다 촘촘하고 세련된 새해 투자 전략을 세우기를 기원한다.
▲2873.47
한국거래소 코스피는 2020년 12월 30일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2873.47. 전일 대비 52.96포인트(1.88%) 상승한 것으로 2020년 하반기 상승세에 올라탔던 국내 주가가 결국 시장 마지막 날까지 그 기세를 이어가며 거둔 성과다. 1980년 1월 4일 100으로 출범한 코스피는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9년 3월 31일 1000을 돌파했다. 약 9년 만에 10배 커진 코스피는 이후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7월 처음으로 2000 고지를 밟았다. 100에서 1000으로 가는 데 걸린 시간보다 두 배 긴 18년 만이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는 한때 '박스피 지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등락을 거듭하며 정체됐다. 미국 증시를 비롯한 해외 증시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라갈 때, 코스피만이 유일하게 제자리걸음을 반복한 셈이다. 이후 2500 고지는 문재인정부에서 처음 정복됐다. 2017년 10월 30일 2501.93으로 정부 출범 첫해 고지를 밟으며 순항을 기대했다. 하지만 순항하던 코스피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를 불러일으킨 팬데믹의 영향으로 롤러코스터를 거듭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상승 랠리에 올라탄 코스피는 한 차례의 큰 조정도 없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불과 한 달여 전인 2020년 11월 23일 3년 만에 2600을 정복했고 이후 2주도 안된 2020년 12월 4일 2700선을 넘었다. 이후 지난해 12월은 기록의 달이었다. 연일 역대 최고점을 돌파하고 조정이 이뤄지는 숨 고르기가 3주가량 이어졌다. 결국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12월 24일 2806.86으로 2800 고비를 숨 가쁘게 넘겼다. 이날 이후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개인과 외국인 간 눈치싸움이 계속된 끝에 2020년 거래소 마지막 날인 12월 30일 2873.47로 장을 마감했다.
▲97.1%
2020년 코스피는 최저점 대비 최고점이 97.1% 상승했다. 사실상 2배 오른 셈이다. 코스피는 지난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 폭락을 거듭했다. 지난 3월 19일 연중 최저점인 1457.64까지 떨어지며 IMF가 재연될 것이란 공포가 시장을 뒤덮었다. 하지만 코스피는 앞서 밝힌 대로 2873.47로 화려한 피날레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점으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점 대비 무려 1415.83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이러한 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바이오 관련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이에 대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의약품 업종은 연초 대비 91.14% 상승했다. 친환경 전기차 및 수소차 개발이 본격화되며 수요가 몰린 배터리 관련 업종인 화학 업종은 연초 대비 41.64% 상승했고 전기·전자 업종 역시 47.41% 상승하며 이러한 랠리를 주도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새해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업계에서는 코스피가 3000을 넘을 것이란 컨센서스를 다져가는 중이다. 당초 2800~2900에 형성됐던 2021년 시장 전망치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47조4902억원
거침없는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한 건 동학개미들이다. 항상 주식시장에서 패배자에 머물렀던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을 압도하며 장을 쥐락펴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무려 47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인 2018년 7조원에 비해서도 무려 7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11조9000억원 규모로 2018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미들의 투자 러시는 신용까지 모조리 끌어다 쓰는 영끌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낳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공여 잔액은 19조3401억원에 달한다. 이는 1년 전 9조원 규모에 비해 1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58조5543억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과 더불어 주목받은 시장이 바로 공모주 청약 시장이다. 2020년 하반기 본격적인 주식 상승세와 맞물려 공모주 청약 대어들이 대거 출연했다. 2020년 7월 SK바이오팜은 헬스케어·바이오 바람을 타고 대박을 쳤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323대1을 기록했고 30조9899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한 달 만에 깨졌다. 바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게임업계를 대표해 카카오게임즈가 8월에 상장했다. 이날 청약에는 무려 58조5543억원이 몰려 신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상장 첫날에 공모가 2배 가격의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를 치는 '따상'을 기록하는 등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거두며 공모주 청약 열풍을 본격 불러일으켰다. 뒤이어 10월에는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빅히트엔테터인먼트가 상장했다. 이 역시 58조4237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아쉽게 카카오게임즈의 기록을 깨지 못했다. 다만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첫날 따상 이후 이어진 하락세를 막지 못하며 상당한 투자자들의 손실을 불러일으켜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8만1000원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는 2020년 8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4만원대까지 하락하며 우려를 불러일으킨 삼성전자는 연말 연이은 상승세를 타며 결국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8만전자에 이어 10만전자가 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향후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83조5524억원으로 코스피 1위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주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시가총액은 700조원이 넘는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중 비중만 약 37%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시장 영향력을 가진 삼성전자 주가가 2021년에도 빛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역시 삼성전자로 2020년 한 해 동안 9조5952억원을 사들였다.
▲17조원
한국장외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도 17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월 30일 장외주식시장 거래대금은 147억2188만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간 거래금액 역시 1조원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며 장외주식거래시장에도 주식 붐이 크게 몰아쳤음을 알 수 있다. 한국장외주식시장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포함한 국내 주식시장 중 하나로 장외 기업들이 제도권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이다. 앞서 언급한 공모주 청약시장에 앞서 거래가 가능한 시장으로 2021년에는 또 어떤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할지 살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87%
2018년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