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5개월간 서울 아파트의 중위 전세 가격 상승분이 시행 이전 약 5년 동안 오른 전세 가격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 보호를 목표로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임차인 부담을 확 키운 셈이다.
6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6702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4억6931만원 대비 9770만원 가량 급등한 액수다.
이같은 상승폭은 임대차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5년 7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3억466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임대차법 시행 이전인 지난 해 7월까지 5년 동안 1억2271만원 상승했다. 2015년 11월 가격인 3억 7210만원과 비교할 경우 상승분은 9722만원으로 4년 8개월 동안 오른 금액이 임대차법 시행후 5개월간 오른 금액(9770만원)과 비슷하다.
전세 가격 상승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진다는 점도 임차인들 부담을 크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2014년 9월 3억47만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3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 8월에는 3억5092만원으로 처음으로 3억5000만원을 넘었고, 2016년 10월에는 4억229만원으로 4억원을 넘어섰다.
5000만원 단위로 비교할 경우 3억원에서 3억5000만원을 기록하는데 11개월이 걸렸다. 3억5000만원이 4억원이 되기까지는 1년2개월이 걸렸다.
4억5000만원을 기록하기까지는 더욱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해 3월 4억5061만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4억 5000만원을 넘어섰다. 4억원에서 4억5000만원까지 걸린 기간은 3년5개월로 앞선 상승폭보다 더딘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5억원부터는 상승기간이 급속도로 짧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해 10월 5억804만원을 기록하며 5억원을 넘기기까지 7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고, 지난 달 5억6702만원을 기록하며 2개월 만에 5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중위가격은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책정할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이다. 평균가격은 저가·고가 아파트 변동폭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시세 흐름 판단을 위해 중위가격이 쓰인다
전세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음에도 공급 부족 우려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서울의 KB전세수급지수는 187.4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 해 11월(192.3)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KB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 숫자로 표현된다.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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