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구단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공개매각 방식으로 새주인 찾기에 나섰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이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 15년 만의 프로농구단 매물이란 점과 구단이 아닌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주도권을 쥐고 매각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KBL이 타 프로리그과 비교해 구단 운영 효율성이 높다는 점과 코로나19 사태 등의 외부 요인이 오히려 인수 후보들에게 재무적으로 합리적인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금융사와 게임사·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힌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와 KBL 등에 따르면 KBL은 최근 매각이 결정된 에스와이에스리테일 소유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의 효율적 매각을 위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입찰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의 공개매각은 이번이 처음이며 특히 구단이 아닌 KBL이 외부 공신력 있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을 이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KBL은 종전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던 매각 방식에서 벗어나 정보를 보다 투명하고 세심하게 공개해 보다 많은 대상이 접근 가능하게 함으로써 최적의 매수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프로 농구단의 신규 창단은 리그의 한정된 규모(10구단 체제), 초기 투자비, 연고지 선정 등의 진입 장벽과 구단 인수 시 평균 운영 기간이 20년으로 길기 때문에 매물이 극히 적다. KBL은 이번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이 15년 만에 시장에 나왔다는 점, 타 프로 스포츠 종목 대비 구단 효율성이 높다는 점, 코로나19 등의 외부 요인이 오히려 재무적으로 합리적인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금융사와 게임·소비재 관련 기업들을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이와 관련 KBL은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이 국내 프로농구 발전에 공헌한 점을 고려해 리그와 함께 한국 농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매수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3월 초까지 입찰 서류를 제출받은 후 인수금액, 대금 지불능력, 매입 후 활용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KBL은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정성적인 구단의 장점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인수후보들이 구단의 가치를 추정해 인수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 여기에 기업의 농구단 인수가 매출 증대, 브랜드 위상 강화, 사회공헌 측면에서 효과적인 상품이라는 점을 입찰 시 설명할 방침이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스포츠비즈니스그룹 리더(전무)는 "전략적인 접근으로 스포츠 구단 매각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KBL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인천 전자랜드의 전신은 프로농구 출범 원년인 1997년부터 리그와 함께 했던 대우증권이다.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 인기를 끌었던 연세대 멤버들이 팀의 주축이었던 만큼 KBL에서도 인기팀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신세기통신으로 주인이 바뀐 후 2001년까지 인천 신세기 빅스로 운영되다가 다시 SK그룹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2003년까지 인천 SK빅스로 활동했다. 다만 '한 기업이 두 팀을 운영할 수 없다'는 KBL 규정에 따라 이미 서울 SK나이츠를 운영 중이던 SK 측은 팀 매각 작업에 들어갔고 전자랜드가 새주인이 됐다.
2003~2004시즌부터 리그에 합류한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은 정규리그 관중 순위 2~3위의 높은 연고지역 팬 충성도와 명장 유도훈 감독 아래 조직적인 팀 플레이를 하는 구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0년대 초반 모기업이 자금난을 겪었을 땐 소속 선수들이 직접 길거리로 나와 농구팬들을 불러모을 정도로 대물림 되는 소속감과 끈끈함이 장점으로 평가된
최근 3시즌 연속(2016-2017시즌 ~ 2018-2019시즌) 플레이오프 진출했으며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 정규경기 5위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박찬희, 정효근, 김낙현, 강상재(군 복무중)와 이대헌 등 국내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맹활약 중이다.
[강두순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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